"아아, 왔냐."
흘끗 이쪽을 바라본 그가 늘 그랬듯이 바지 양 주머니에 손을 꽃고 건달마냥 어슬렁 어슬렁 다가왔다. "이런 기념일은 귀찮은데. ...찾아보느라 애먹었다고." 무엇이 또 불만인지 만나자마자 한동안 툴툴거리던 그가 옆에서 다소 큰 포장 봉지를 꺼내 내게로 건네주었다. 길고 두툼한 그것은 그림죠의 양손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커서, 누가 보면 몽둥이나 야구배트라 착각했을 정도였다. 그런 정체 모를 것을 쑥 내민 그가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짓는 가 싶더니 이내 평소처럼 씩 웃는다. "어때? 특별히 현세에서 주문 제작이란 거 해봤다." (.....) 주문까지 해서 이렇게 큰 사탕을 준비한 것은 매우 고맙지만, 그의 말마나 정말 특별하게 제작된 듯─ 일반 알사탕보다 몇배는 더 큰 사이즈다. 아이의 주먹 정도의 크기인 큼지막한 사탕들이 줄줄이 꿰어져 예쁜 포장지에 담겨 있는 것을 본 내 안색은 미묘하게 굳었다. ...이거, 입에 들어가기는 할까. (진짜 크고 특별해서 좋기는 한데..... 너무 커서 한입은 어림도 없겠다.) "아아. 당연하지." 뭐가 당연하냐고 물어보려는 내게 그가 먼저 선수치듯 가볍게 입을 맞추며 중얼거린다. "이런건 마음을 담아서 주는 거라며. ...이것도 최대한 줄여본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