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에 이끌려 웨코문드로 온 지 제법 시일이 지났건만 그 외의 다른 이들은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감금되다시피 그의 방에서만 며칠 동안 생활한 까닭에 점차 불만이 늘고 있었지만 그는 언제나 단 한마디의 말로 일축했다.
"여긴 위험하다고 했잖아." 어쩔 수 없이 사신들의 눈을 피해 잠시 이곳으로 데려와야 했던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역시 '호로' 들의 근원지로 '인간' 에게는 너무나 위험하기에 염려하는 그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묵과하기에는 너무나도 지루했다. 그가 매시간 동안 나와 붙어 있던 것도 아니라서 혼자인 시간이 늘어갈 수록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질 무렵쯤 만남은 갑자기 이루어졌다. (그림죠, 혹시...) 물어볼 것이 있어 그림죠를 찾았지만, 그는 또 어디론가 나가버린 것인지 방에 없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 이유가 이쪽 때문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역시 그의 빈자리는 제법 크게 느껴졌다. (...문이 열려있네.) 포기하고 막 돌아가려던 순간 눈에 띄여버린 살짝 열려진 문. 아마도 너무 급한 나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은 그 문은 언제 잠겨져 있었냐는 듯 빼꼼히 열려져 있었다. 그것을 보며 잠시 고민했지만 여기서 마냥 갇혀 있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밖을 보고 싶어 슬쩍 문을 열고 천천히 방 문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차가운 대리석의 바닥 위로 작은 발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기만 했다. 그것에 용기를 얻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내 눈에 보인 것은 온통 새하얀 복도와 벽. 그리고 장엄하다 싶을 정도로 웅장한 성의 내부였다. 조각품이나 흔한 장식물 조차 없어 다소 밋밋해 보였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이는 내부 모습은 중세시대때나 나올 법한 성의 양식 그대로였다. (와...) 짧은 감탄사를 흘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리저리 휘어지고 다른 갈래들로 빠지는 복잡한 미로와도 같은 구성에 잠시 머뭇이다가 기왕 나온 것, 이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좀 더 안으로 내딛었다. 어느정도 걸어갔을 무렵, 저 복도의 끝에서 무언가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옴에 나는 놀라 그쪽으로 시선을 날렸다. 거의 뛰다시피 사방을 헤집듯 돌아다니는 그 발자국의 주인은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이윽고 터지는 사나운 음성만은 똑똑하게 식별이 가능했다. "이게 가만히 있으라니까 그새를 못참고!" (........) 그림죠가 내가 없어진 것을 눈치채고 찾고 있는 중이었다. 상당히 고양된 목소리로 보아 제법 화까지 나버린 듯 해 여기서 잡히면 잔소리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이쪽으로 점차 다가오는 그의 발소리를 피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방은 하얀 대리석과 복도의 벽. 단지 그뿐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을 하다 문득, 저 끝쪽에서 간신히 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다른 생각도 채 하지 못하고 그곳으로 달리듯 걸어가 문을 열었다. 철컥, 하고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그 방의 문은 너무나도 쉽게 침입을 허용해 주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