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가득 담겨 저도 모르게 터지듯 나온 그 말에 그는 잘생긴 눈썹을 슬쩍 찡그려 보일 뿐, 반신반의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믿기 힘들다는 듯 한참을 불신 어린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던 그가 마침내 천천히 입을 열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이상한데? 묘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인간일 줄은 몰랐는데.
...우르키오라 녀석, 도대체 무슨 조사를 한 거야?! 이런것도 모르고 말이지."





이상하다는 듯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던 그가 이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이를 빠득 갈았다. 아무래도 그 이름의 주인공과는 상성이 별로 안좋은 모양인지 투덜투덜거리며 계속 그 누군가에 대한 욕을 하다 말고 문득 이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아직도 멀뚱하니 서있던 나를 바라보았다.




"여자. 혹시 다른 사람 눈에도 내가 보이냐?"

(물론이죠! 볼래요?
.....거기 아저씨! 지금 저랑 얘기하는 이 외국인 보이죠?!)





계속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듯한 그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그만 실례를 무릅쓰며 울컥 토해낸 내 외침에 마침 회사를 가고 있었던 것 같은 한 중년 아저씨가 멈칫하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주변을 천천히 뜯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며 내게 무표정을 짓고 있는 외국인 남자에게 다가가는가 싶더니...





(!)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내 앞에 멀쩡히 서있는 하늘빛 머리의 외국인 남자를 무슨 안개 통과하는 것 마냥 뜷고 지나갔는데 그 외국인 남자의 몸이 아지랭이처럼 일부가 흩어졌다가 다시 복귀되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그쪽도 ...귀신?)

"인간들 관점에서 본다면 말이지만.
역시 넌 신기한 존재군.
다른 이들은 못보는 나를 보고... 아까 전에는 나를 만지기도 했지.
.....
그전에, '그쪽도' 라니. 혹시 나 같은 존재를 알고 있는 거냐, 여자?"





그의 하늘빛 눈이 내 손에 잠시 머물렀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며 동시에 다소 예리하게 돌아오는 그 말에 나는 대답을 잠시 미루며 그를 한번 훑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절대 좋은쪽, 정의의 편으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사나운 이목구비의 이 남자에게 이런 것까지 초면에 말해줘야 하나,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내 입은 저도 모르게 대답을 흘려보내주고 있었다.





(......하얀 가면의 기괴한 괴물들에게 많이 시달린 적은.)

"호로를 말하는 건가? 그딴 하급 생명체들과 비교는 말아줬으면 하는데.
뭐, 영압이 이렇게나-맛있는 향을 폴폴 풍기니 그리 꼬이는 건 당연한 건가."

(...?)

"그건 내가 네게 흥미가 더 생긴다면 말해주도록 하지.
일단 다음에 또 보게 될 것이라는 것만 알아둬.
네가 좋든 싫든, 내가 좋든 싫든 나는 너를 한달 동안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네가 싫어하며 꺼려해도 한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네 눈에 자주 보일거다.
...자아,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인간 여자. 앞으로는 자주 봐야 하니까 내 이름 정도는 가르쳐주지.
......
내 이름은 그림죠 재거잭이다. 기억해라, ."





씨익 하고 웃는 그의 미소덕에 결코 떨어지지는 않아보이는 그의 이목구비가 한층 시원해 보이며 화사하게 빛나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평소 처럼 마냥 좋다고 구경만 할 수 없었다.





(제 이름 알고 있었어요?)

"그건 다음에 알려주도록 하지. 어차피 시간은 많은 것 같으니까.
여자, 오늘 꽤 흥미로웠다. 내일 보자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큰 웃음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그리고 팔을 한번 쓱 휘젓는 그의 옆에서 갑자기 '공간' 이 비틀려지더니 이내 무너지듯 부숴지며 무언가가 생겨났다. 새까만 공간. 그곳으로 그는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사라졌다.



...그것이 나와 그의 첫만남이자, 우리가 서로를 자각한 날이였다.



이름:그림죠 재거잭
삐걱임이 33 번 울렸다
GOOD:괜찮은데?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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