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들의 세계에는 '충만감' 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실쯤은 멍청하고 아둔한 '길리안' 만 아니라면 그 어떤 아란칼이라도 잘 알고 있었다.

누구나 크던지 작던지 간에, 혹은 강하던지 약하던지 간에 일단 '호로' 라는 존재에 몸을 담구고 있다면, 혹은 '호로 구멍' 이라 불리우는 그 새까만 구멍이 몸에 존재하는 이상 메울 수 없으며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영원의 굶주림은 계속 이어지고 순환된다.

물론 자신은 바스트로데. 그리고 '에스파다'인 만큼 그 굶주림은 이전처럼 심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았지만, 아주 가끔. 어쩌다가 그걸 잊어버리게 될 쯤에야 희미한 공복감과 이유 모를 공포가 차오른다. 그것은 조금씩 고개를 들이밀고 제 존재를 잊었냐며 부르짖듯 자신에게 허기와 갈증을 몰고 와 아우성쳤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 외의 다른 에스파다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라도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절망을 내지를 정도의 공복감은 끔찍할 정도였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복과 마셔도 가라앉지 못해 들끓는 강렬한 갈증은 목을 태우고 몸 안을 사납게 돌아다니며 괴롭혀 왔다.

그러나 일단 자신을 포함한 '에스파다' 등의 경우, 그 지능이나 힘이 비단 다른 바스트로데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우위에 있었기에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방법은 다르지만 각자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허기와 공복을 메울 수 있는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우르키오라는 자신의 영압을 한없이 짓누르고 억누르며 참는 쪽이었지만 노이트라는 제 영압을 분출시켜 주변의 모든 것을 싸그리 걷어내 폭발시키는 쪽에 속했다. 자엘아폴로는 자신이 개발한 신약으로 그 고통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방법을 쓰기도 했고 스타크는 깊은 잠에 빠져 그 허기의 시간을 달래었다.

물론 자신도 자신만의 해소 방법은 있었다.

눈에 띄는 대로, 닥치는 대로 주변 호로들을, 인간의 혼백들을 먹어치우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저를 괴롭히는 진득한 허기와 갈증이 일시라도 풀릴때까지 눈에 보이는 그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물어뜯으며 뻥 뚫려버린 배를 채워나갔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갈증과 허기. 그리고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공복감에서 우러나온 근본적 공포감 등이 아주 작게라도 풀려버리게 되어 자신은 다른 어떤 방법들 보다 이 방법을 꽤나 선호하는 편이였다.

그러나 자신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해소 방법.
아무리 먹고, 아무리 참으며 그 시기를 넘겨도 끝없이 순환되는 미친듯한 갈증의 허덕임과 페부를 찌르는 공복감 속 밀려오는 공포와 두려움. 절대 끊어지지 않을 무한의 고리 안에서 제가 살아있는 한, 끝까지 따라오는 저주와도 같은 호로만의 본질.

그리고, 그 악순환의 굴레에서 자신은 마침내 찾아냈다.


─이 지긋지긋한 갈증을.

─굶주림과 허기로 뒤엉켜 버린 공복감을.

─무시무시한 공포와 두려움을.


...모조리 날려 버리는 한 묘한 인간 여자를.










이름:그림죠 재거잭
삐걱임이 33 번 울렸다
GOOD:괜찮은데?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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