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에스파다에게 있어서 패배는 곧 죽음이니까. 싸움에서 진다면 죽는 건 당연한 거야. 그걸 저지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겠지." 그의 말이 유독 차갑다. 서늘한 시선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 이긴다. 이겨서 반드시 네게로 돌아와주지. 이미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생겼으니, 어떤 전투에서도 살아주마. 넌 얌전히 기다리기나 해." 문득 머리 위로 작은 한숨이 지나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한참을 살살 쓰다듬어주던 그의 손이 떨어지며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아주 조금 상냥해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