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에 '우르키오라가 조사하던 이라는 여자를 대신 감시하라' 라는 아이젠의 명이 떨어졌을때는 기가 찼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한순간 정말 아이젠의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린건가, 하고 진심으로 생각할 정도로 뜬금없었으며 더없이 불쾌했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인간따위야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이거늘, 그런 존재 따위를 왜 이 몸이 친히 나서서 감시까지 해야 하냔 말이다. 그것이 그때 자신의 생각이었다.

어찌되었거나 명령은 명령이었다. 자신의 프라시온을 시킬까 하다 어차피 따분하기도 했고 할일이라고는 이곳 웨코문드에서 가끔씩 사냥이나 하는 것이 전부였기에 겸사겸사 여자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프라시온을 시켰더라면 분명 알아차리지 못했을 그녀의 정보가 속속히 제게 들어왔다. 감시 대상인 그 여자가 꽤나 높은 영압을 가지고 있다는 것, 호로들은 물론 자신같은 상급 개체들마저 탐을 낼만한 달콤한 혼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저 콧대 높은 사신들마저도 좋아할 정도의 매우 안정적이고 친근한 혼백 특유의 속성 같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매일 헤벌쭉 웃고 다니는구만, 저 녀석."





손등에 턱을 괴고 뚱하니 중얼거렸다. 자신의 혼잣말과도 같은 그것은 들어주는 이 하나 없이 현세의 공기 속에 섞여 사라졌다. 그것을 흘리듯 내보내며 다시 시선으로 그녀를 쫓았다.

뺨에 보조개가 패일 정도로 밝게 늘 웃고 있는 여자는 어디서든지 호감을 얻었다. 외모로 따지면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였지만 뭐랄까, 묘하게 한번 보고 다시 한번 볼수록 제법 단아한 미인 쪽일까.

무엇보다 그녀의 혼백이 풍기는 맛있는 냄새. 호로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향기가 풍기는데다가 타고난 그 향은 제 이성조차도 송두리째 앗아갈 정도로 강력했다. 식욕을 이기지 못하고 몇 번이나 우득우득 그녀의 혼백을 씹어먹고 한껏 취하며 포만감을 느끼고 싶었지만 고작 일회용 정도로 먹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어느정도 참아보니 슬슬 식욕보다는 호기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궁금증을 풀고자 관찰했던 제 시선은 언제부터인지 그녀만을 보고 있는 것이 느껴져 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뭐 하는 거냐, 그림죠 재거잭. 정신차려.



계속 눈이 그쪽으로만 가며 그녀가 얼빠진 것 마냥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따라서 웃게 된다. 재미와 흥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법한 그 감정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져와 자신을 한바탕 휘저어 놓는다.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만 그녀를 볼 줄 알았건만, 그녀도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놀라긴 했다. 그러나 영압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과 파장이 맞는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처음으로 제 이름을 알려주고 싶었다.



-───줬으면 해.



그렇게 한없이 자기 합리화에 가까운 말을 중얼거리며 그녀가 잊지 못하도록 이름에 힘을 주어 말하고는 돌아온 이후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드는 위험한 느낌에 근 며칠동안 다급히 내려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한창 저 여자로 인해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웨코문드에서 도망친 하급 호로 한마리가 닥치는 대로 그녀를 향해 공격하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는 자신만이 느낄 수 있던 것이 아니었을테니까.

이해는 하지만 용서는 할 수 없어 직접 몸을 일으켰다. 평소때는 제 영압을 느끼고 먼저 기는 호로가 눈이 뒤집혀서 그녀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에 혀를 차며 재빨리 손을 들어 수도로 핵을 박살내고 몇번 헤집자 금새 움직임을 멈춘다. 고개를 들어 그녀의 안위를 살피다 멈칫했다.



-아이젠은 '감시' 하라고만 했지 위험할 때 '구해' 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자신은?






한층 복잡한 심경으로 호로에게 막 공격을 당하려는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쯧. 눈을 똑바로 떠야 어디로 공격이 날아올지를 보이지.
멍청할 정도로 약해빠져갖고.
...이래서 인간이란 손이 많이 간다.

혀를 한번 차고 그녀에게 부러 퉁명스레 말을 걸자 그녀는 눈을 떴다가 이내 두려움에 찬 표정이 되었다. 왜 저러나 싶어 눈길을 따라가보니 호로의 시체가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싫은건가 싶어 그녀의 눈을 감기고는 아직 남아있는 호로의 시신을 마저 처리했다.





"영압으로 인해 손실된 거니까 나중에 원상태로 복귀 가능하다. 뭐, 이 근방 사신들이 알아서 하겠지. 무엇보다 이 교실이 날아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여자, 너 하나다. 넌 영압을 느낄 수 있으니....."





학교가 날아갔다며 무어라고 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 그만 뚱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보니 왜 자신에게는 웃어주지 않는 걸까.평소에는 헤플 정도로 잘 웃으면서.

할 말 없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고맙다고 한다. 그 말도 나쁘지는 않지만 표정이 굳어있었기에 썩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결국 건진 것 하나 없이 괜히 수고했다며 한숨을 쉬고 돌아가려 하는 순간, 뒤에서 그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점은 다소 의외였던 것이, 처음처럼 또 흘려보낼 줄 알았던 탓이다.

...다시 만날 수 있냐는 말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시 만날 수 있냐고? 그거야 당연하잖냐.
아무래도 네게 호감이 생긴 것 같거든.
호감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이런 감정을 처음 느끼는 거라 뭐라 정의내릴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감정을 알아낼 때까지만이라도.



─왠지 저 여자가 자신에게도 환히 웃어주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저 여자의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에 자조섞인 웃음을 지었다.

...

그러니까 부디 다음에 다시 한번 만날때는 나에게도 그렇게 환하게 웃어주기를.



이름:그림죠 재거잭
삐걱임이 33 번 울렸다
GOOD:괜찮은데?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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