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이다."
아주 잠깐, 침묵을 지켰던 그가 오만한 웃음을 한껏 띄운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쪽을 향해 손을 뻗어 왔다. "어째서일까.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부드럽게, 서툴게. 조심스럽게. 어떤 단어로도 평소의 그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취한다. 자잘한 상처자욱이 남아 있는 커다란 손이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훑어내렸다. 불순물 하나 섞이지 않은 새파란 시선이 진중하게 이쪽을 쓸어내리다가 자잘히 휘어졌다. "알 것 같기도 하고. 알아서는 안될것 같기도 한데. ...넌 어느쪽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