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눈을 뜨니 아무것도 없는 웨코문드의 모래 위, 자신은 혼자였다. 주변은 온통 낯익은 풍경이였지만 그만큼 진저리 날 정도로 눈에 익은 곳이였기에 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하얗기만 한 모래. 나무와도 같아보이는 말라 비틀어진 석암. 새까만 밤 하늘 위에 저 홀로 떠 있는 둥근 달.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자신 외의 생명체는 찾을 수 없었다. 발 밑을 지나가는 저급한 호로들이 제 영압을 알아차리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을 느끼다가 고개를 들어 문득 깨달은 사실을 생각했다.




"네가, 없어."




자신의 목소리는 텅 빈 그곳에 메아리 친다. 답이 돌아오지 않음에 다시금 불편해 지는 심기를 애써 억누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발치에서 바스락 거리며 느껴지는 새하얀 모래들의 까끌거리는 알갱이들이 신발에 달라붙는 것을 귀찮게 떨궈 버리며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웠다.




..없어.

.....없어.

.........여기도 없어.



도대체 어딨는 거야?



꿈이라지만 한순간이라도 자신의 옆에 없는 그녀의 빈자리를 실감하며 신경질 적으로 모래를 날려 버렸다. 다른 놈들이 없던 말던 상관은 없지만 그것이 그녀와 연결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계속 찾아도 보이지 않음에 이제는 환멸을 느끼던 그때, 기이한 감정이 자신을 치고 올라왔다. 그것은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렇고 그런 세계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두고 온 듯한 초조감. 불안감. 그리고 알 수 없는 공포에 소름이 돋아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존재가 완전히 없음을 인식하자 마자 올라오는 끔찍한 호로들의 공복감. 그 허기와 갈증. 그로 인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고개를 치켜들어 채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겼다.



얼마나 더 가야 이 악몽에서 깰 수 있는 걸까.


어디까지 가야 네가 보이는 걸까.



...이를 악물며 그 악몽 속을 오늘도 전진한다.



이름:그림죠 재거잭
삐걱임이 33 번 울렸다
GOOD:괜찮은데?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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