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소개팅에 참석해야 했다.
그에게는 비밀로 하고 온 소개팅 자리라 그런지 좌불안석이 따로 없었던 데다가 정말 정말 잘생겼다, 라는 친구들의 격렬한 칭찬들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 내심 어색하게 웃어야만 했다. 역시 그의 얼굴이, 그리고 그 주변의 얼굴들이 이쪽의 기준치를 초과해버리는 수준으로 쓸데없이 너무 잘생겨서 이쪽의 눈높이도 덩달아 올라간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차피 짝만 맞춰주는 거라 했으므로 대화에는 끼여들지 않고 나온 커피만 홀짝이고 있는데 맞은편 남자가 능글맞게 웃으며 내게 대화를 시도했다. 그냥 지금 나가서 자기랑 놀자느니,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어떠냐느니 내가 처음부터 마음에 든다니, 척 봐도 질이 안좋아 보이는 그에게 거절을 하려던 그때였다. "." 지나치게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한껏 조용해진 카페 안과 평소의 옷차림이 아닌, 현세의 사복차림을 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주변 남녀 가릴 것 없이 주변의 이목을 대차게 끌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쪽 눈에만 보이는 평소의 영체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어디서 의해같은 것이라도 입고 온 모양일까. 잠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여기서 뭐하냐?" 뱉은 말은 분명 물음이었지만, 그의 어조는 이미 확인에 가까웠다. 인상을 노골적으로 찌푸렸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수려한 그 외모에, 그리고 그만큼 잘어울리는 잘난 목소리에 옆에 있던 친구들마저 채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자세한건 가서 듣는게 낫겠군. ......이리와." 걸친 옷이 조금 불편한듯, 가볍게 목깃을 털던 그가 이윽고 이쪽으로 손을 내밀며 퉁명스레 내뱉었다. 눈매가 한껏 올라간 것이 아무래도 돌아간다면 잔뜩 성이 난 그에게 제대로 혼날 것이 분명했지만, 오히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그의 존재가 너무 반가웠기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던 순간. "자...잠깐만! 갑자기 이게 무슨......." 여태까지 어떤 말도 하지 못한채 놀란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소개팅 남자가 입을 열며 다급히 내 손을 붙잡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앞에서 무료하게 비딱한 자세로 서있던 그림죠의 얼굴이 한층 일그러지는 것과 동시에 억지로 이쪽을 붙들어 온 남자가 큰소리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한번만 더 손대면 죽는다." 그저 아무렇게나 던지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한자 한자 뱉어내는 그의 상태는 오직 이쪽만이 알 수 있었기에, 더 큰일이 나기전에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그에게서 한대 맞고 기절이라도 한 것인지, 미동없이 바닥을 구르고 있는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놀라 우르르 다가가는 친구들과 다른 소개팅 남자들에게 사과를 하며 빠르게 그의 팔을 잡고 빠져나왔다. "우르키오라 녀석 말이 맞았구먼. 이런거 다신 하지마라. 인간이든 뭐든 싸그리 다 날려버리기전에." .......아무래도 우르키오라가 넌지시 알려준 듯, 한껏 투덜거리며 화를 내고 있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