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의 눈 밖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일부러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조금 먼 곳에 사는 사촌 집에서 묵은 지 며칠. 그와 소식을 끊은 지 며칠.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지 며칠. 밤하늘을 보며 문득 화가 잔뜩 나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을 그를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희미한 웃음이 흘렀다. ".......즐겁냐, 여자?" 그렇기에, 갑자기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난 별로였는데." 그는 예상과는 다르게 평소처럼 미간을 찌푸리지도 않았고, 입숳을 비틀어 올리며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어떤 것도 담기지 않은 무표정으로 응시하는 그에게서 조금, 아주 조금 두려움을 느끼기도 전에── 그의 손이 거칠게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런 그의 행동에 미처 어떤 대처를 할 새도 없이 그대로 끌려가 버려, 닿아오는 단단한 느낌에 고개를 들자, 그의 가슴팍에 묻혀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림죠의 옷차림 상, 절대로 옷이 아닌 맨 살갗이 느껴져 당황해 하는 사이, 그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냥 그러고 있어라 여자. 인간 하나가 잠시 내 눈에서 벗어났다고... .......미친듯이 찾아다니다 망가진 표정 따위, 보여주고 싶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