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어쩌다 한번씩은 내리는 비를 맞으며 놀고 싶거나, 빗속을 거닐고 싶을 때가 있었다.
──오늘은 유독 그런 충동이 일어나는 그런 날이었다. 어쩌면 우산을 미처 들고 오지 못했기에 반쯤 체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한참 비를 맞으며 정원에 볼품없이 쭈그리고 앉아있자니 문득, 지금쯤 웨코문드에 있을 그림죠가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그곳의 날씨는 하나뿐이다. 내리는 것 하나 없이 온전한 낮, 혹은 온전한 밤인 공간뿐이니 그런 곳에서 지내는 그가 과연 지금의 날씨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조금 궁금해졌다. 조금은 신기해 할까, 아니면 더없이 귀찮은 표정으로 몸이 젖는다며 바락일까. 어쩌면 별다른 감흥도 없이 평소와 같은 얼굴로 덤덤히 넘길 수도 있겠지. 어느쪽이든지 간에 그의 모습이 용케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에 신경을 쏟다가 문득 의구심을 느꼈다. 언제부터인지, 머리 위로 한참을 떨어지고 있어야 하는 비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 맞으면서 뭐하냐?" (그림죠?) 너무나 예상외의 일이었기에, 순간적으로 그가 왜 현세에 있는지, 언제부터 우산을 씌워주며 비를 막아주고 있던건지에 대해서 어떤 답도 떠오르지 못했다. "미적지근할 줄 알았더니 차갑네. 너, 이런거나 맞고 안춥냐."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그가 곧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습관적으로 쯧, 혀를 차면서 손을 뻗어온다. "돌아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