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
그건 다른 어떤이들이라 해도 제법 구미를 당길만한 능력이었다. 천하의 그 아이젠 소스케가 그 힘을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사신이라는 위치까지 벗어던지지 않았던가. 상대에 따라 그 누구도 무시못할 힘을, 호로와 사신의 경계조차 허물어 버리는 그 막대한 능력을 가졌다는 그것을 자신이 얻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자신이라면 주저없이 강대한 힘을 원할 것이고, 그것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제 마음이 구현되어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당연했다. 과거의 자신에게는 이 없었으며, 지금의 자신에게는 이 있으니. 참 우습게도 고작 그 정도의 차이뿐이었건만,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은 달라지지 않았던가. 그러니 아마 예전과 달리 지금의 자신에게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터였다. ......그러나 그것이 순수하게 을 위해 구현이 될지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머지않아 숨을 멈출 그녀가 온전히 멀쩡해지고 전부 치료되어 웃게 되는 것? 아니면 그 누구도 오지 못하는 곳에, 누구도 볼 수 없는 지독한 공간에, 자신만이 허용되는 그곳에 영원히 갇혀버리는 것? 그것도 아니면 끝내 이성을 멈추고 본성만 남은 자신에게 한줌도 남기지 못한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먹혀버리는 것? 인간도, 사신도 되지 못한채 '이쪽'으로 떨어져 영영 함께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 차라리 자신에게 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워지고 사라져, 그녀를 알지 못하던 그때로 돌아가는 것? .......서글픈 일이지만, 어느것 하나 '아니다' 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아마 그녀를 끔찍하게도 아끼는 이치고 녀석이나 다른 사신들에게 붕옥이 주어진다면 분명 그것은 오롯이 그녀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바쳐질 것이다. 그래. 자신과는 다르게. 결국 근본적으로 호로란 것은 이런 방법밖에 모르는 존재다. 내밀어진 손조차 잡아 한껏 끌어내고, 그대로 같이 추락한다. "......." 이제는 웃음조차 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가 퍽 볼썽사나웠다. 그럼에도 결국 끝에 끝까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머리를 흔들며 치밀어 오른 잡생각을 애써 떨쳐냈다. ".......없어진게 차라리 다행인데." 발치에서 뿌옇게 일어나는 웨코문드의 모래를 보며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