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심도, 불신도 없이 순수하게 내밀어진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다고,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의 이 여자는 처음부터 어떤것도 알지 못했다. 호로의 본질도,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이 보내오는 그 감정을 자신 또한 돌려줄 수 있다면 이 관계는 차라리 다행이리라. 그녀가 말한 '사랑'과 자신이 쏟은 '사랑'은 분명 의미조차 너무나 달라,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었다. 호로들의 기준에서 이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명확한. 그러나 그녀의, 인간들의 기준에서 그건 분명 사랑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터진 헛웃음을 감췄다. 그녀에게 뱉어지는 모든 '진실' 이라는 것들은 전부 주변이들의 지나친 과잉보호를 거쳐 간신히 빠져나온 껍데기 뿐이다.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으며, 누구도 그 이상으로 알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눈을 가려 선택을 좁히고, 그녀의 행동을 구속해 제한을 둘 수 있다는 것쯤은 분명 다들 알고 있을텐데도. 그러나 그것에 자신은 어떤 불만도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히려 고마움에 가까웠다. ──지나친 진실은 필요없다. 처럼 끝이, 한계가 명확한 존재라면 더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된 자의 끝은 그리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기에. 적어도 자신과 그녀는 분명 어떤 것 보다 불행해지리라. 서로가 서로의 숨을 죽여가며, 서로의 모든 것을 갉아먹고, 갉아먹히고. 서로가 무너지고, 무너트리고. 손에 넣었음에도 자취조차 없는 그 허무한 공포감이 잘못 엇나간 순간, 두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 마지막 삶은 망가진다. 부서진다. 사라진다. "......." 그렇기에 어떤 화답도 들려줄 수 없었다. 오롯이 자신에게 향한 믿고 있다, 라는 말 한마디에 담긴 무게는 너무나 버거웠으며, 그럼에도 차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