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곤란한데."
보통 때와 조금의 다름도 없이 나른하게 몸을 기울이고 있던 그가 이쪽을 흘끗인다. "고작 여기서 무섭다고 하면. 나중에는 어쩌려고 그러냐. ...그렇지만, 이 정도로도 무서워 하는 건 예상 밖인데. 정말 짜증나게 어렵군, 너는. ....... 이 웃기지도 않은 짓까지 하며 맞춰주는 최소한의 선 조차도 네가 무서워 한다면. 좀 더 누르고 우겨넣어서 네 기준에 맞추기 위해 참아야 할지. 지금이라도 이 촌극을 끝내고, 하고 싶은대로 널 다루며 본능대로 움직일지."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짙푸른 그 눈이 묘하게 번들거림과 동시에 등 뒤로 오한이 내달린 것은 한 순간이었다. "......뭐, 좋아. 아직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으니까. 네가 질려서 도망만 안 간다면 말이지." 곧, 평소처럼 돌아온 그가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비딱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