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쥬커스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전제 자체가 그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그 아이젠 소스케에게 마저도 무력감이라 불릴만한 감정따위,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 그럼에도 온전한 부정을 취하지 못했던 것은, 어딘가 막연하게 알 것 같은 모순된 감정이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끝은 결국 변하지 못한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자는 어디에도 없으리라. 그렇기에 자신은 어떤 것도 하지 못한채, 어떤 것도 할 수 없는채로 마지막을 향해 흘러가는 그녀를 지켜봐야만 한다. 그걸 처음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이, 지금 그녀가 말하는 단어이지 않을까. 새삼스러운 진실을 접어두며, 다시금 피어오르는 불유쾌한 그 감정을 억눌러 삼켰다. ───아직. 아직은 주어진 시간이 좀 더 남아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