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평소의 자잘한 능글스러움 마저도 던져 버린 채, 표정마저 사라져 있는 그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이를 악물어도 저렇게 깊은 이갈림 소리는 나지 않을 것이다. 크게 확대된 푸른 동공이 낱낱이 이쪽을 훑으며 살폈다. "너 이렇게 만든거, 누구냐고 묻고 있어." 문득, 등 뒤로 싸늘한 오한이 달렸다.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서늘하게 퍼지는 냉기가 금방 목 언저리까지 올라와 차갑게 몸을 감쌌다. 꾹 다문 입술이 슬그머니 열리고, 그 사이로 유달리 도드라진 송곳니가 날카롭게 드러났다. ......그리고 한순간,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압박감이 몰려들었다. 들숨과 날숨의 간단한 동작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턱 막힌 호흡이 괴로워 가벼운 기침을 하자, 그가 움찔거리더니, 곧 다시 숨쉬기가 편해진 공기로 돌아왔다. ". 말 해." 가까스로 무언가를 억누른 듯한 그가 애써 다정한 목소리를 흉내내며 묻는 것에 결국 망설이던 입을 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