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자 그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뭔가에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쇼크를 받은 것 같기도 한 그런 얼굴이었다. "그러냐? 의외로군. ...이 내가 만만하게 보인다고." 조금 낮아진 그의 목소리에 일순 이를 갈리는 소리가 섞였다. 그리고 그가 다짜고짜 끌어당기더니 거칠게 키스해 오기 시작했다. ...평소의 부드러운 느낌이 아닌, 거칠게 이빨까지 세우며 달려든 그의 키스가 조금씩 농밀해져 갔다. 숨을 제대로 쉬는 것 조차 잊을 정도로 사납게 몰아부치던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어내려 손을 뻗었지만, 그 손 조차 붙잡혀 그대로 밀어붙여졌다. 단순히 하는 느낌이 아닌, '당하는' 느낌에 거부감이 일어 몸부림 치는 이쪽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쭉 지켜보고 있던 새파란 시선이 한순간 거둬졌다. 그리고는 느릿한 동작으로 그가 떨어져 나가며 순순히 놓아주더니, 긴 한숨이 들렸다. ".......넌 아마 평생 모를거다. 이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뒤로 물러나고 있는지. 얼마나, 무수한 것을 참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