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제법 시간이 흐른 뒤였던 것 같다.
얼마나 누워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욱씬거리는 머리로 보아 꽤 오랫동안 자버렸던 것 같다. 새하얗고 깨끗한 침대는 폭신하게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슬슬 일어나야 할 것 같아 몸에 덮여져 있던 이불을 걷고 나른하게 잠긴 몸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잘 움직이지 않았기에 간신히 상체만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주변을 돌아보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온통 새하얗고 단조로운, 그야말로 삭막하다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그 공간은 라스노체스── 정확히는 그의 방이었다. ...아무래도 치료를 하고 이쪽으로 옮긴 모양이다. 익숙한 방 안의 풍경에 긴장이 풀려서일까, 방금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갈증에 입을 매만졌다. 버석이는 입술과 잔뜩 말라버린 입안에 불편함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물을 찾고 있자니, 바로 옆에서 불쑥 유리잔 하나가 튀어나왔다. "......." 그림죠였다. 청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푸른 눈이 뚫어져라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해보이는 표정과 달리, 그는 침착하게 이쪽이 물을 다 마시고 입을 축일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몸은." 그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온 걱정의 물음에 몸을 체크했다. 조금 나른하고 어지러운 것을 뺀다면 큰 문제는 없었다. 그것을 그대로 말해주자 비로소 그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서렸다. "자엘 녀석이 처치한 거라 큰 이상은 없겠지만... 문제 있는 것 같으면 바로 말해. ....... 일단 쉬고 있어라. 너, 꼬박 이틀 동안 잠들어 있었어. 배도 고플 것 같으니 뭐라도 가져오지." 생각보다 침착하게 이쪽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의식을 놓기 직전,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표정은 분명. "? 왜." 평소의 불퉁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을 건네는 그에게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때는 눈앞이 제법 흐려져서 잠깐 헛갈렸었던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