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있다면 그러던가.
도망간다면 그 두 다리, 잘라내주지. 두 팔만으로 기어 도망치려 한다면 그 팔들도 찢어놓겠어. 다른 녀석에게 도움을 청하는 그 혀를 뽑고, 다른 곳을 보는 그 눈을 파내고. 그래도 도망가려 한다면... 글쎄. ....... ........... 난 말이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내 옆에만 있어주면 돼. 다리가 없어지든, 팔이 없어지든. 정신이 무너지든, 몸이 망가지든. 그 어떤 모습이라도 난 널 사랑할 수 있으니까. 끝에 끝까지 네 옆은 나 뿐이다. 그걸 잊지마." 평소와 달리 위화감이 감도는 그의 목소리는 이율배반적이게도 달콤하게 울렸다. 나긋나긋한 말투에 지극히 온화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가장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그는 차분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가려면 있는 힘껏 도망가라. 그리고 무너지며 절망해. 결국 남는건 내 옆 뿐이라는 걸 눈치채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