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어지간히 놀란 것인지 문까지 발로 쾅 차며 들어왔다. 제대로 박살나버린 문짝에서 피어오르는 뿌연 흙먼지에 잠시 인상을 쓰던 그는 곧 허겁지겁 달려와 내 몸을 붙잡고 여기저기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별다른 이상 없이 멀쩡한 것을 깨닫더니, 이내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내려다보고 있는게 느껴졌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난감해 하던 이쪽을 도와준 것은 이 사건의 원인이나 다를바 없는 노이트라였다. "봐라. 내 말이 맞지? 저 빌어먹을 잡종견은 네 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했잖냐. 큭큭... 저놈이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에게 저러겠냐." "......아앙?!"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그 천하의 그림죠가 과연 날 좋아하는 게 맞냐라고 노이트라에게 상담 아닌 상담을 하게 되어 물어보자 그는 샐쭉 웃으며 이 방법을 내놓았다. 요컨데, 네가 비명을 질러서 곧장 달려온다면 그걸로 증명이 되지 않겠냐 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결과는 제법 좋았지만, 어째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켜 버렸다. "노이트라 네놈, 오늘 제대로 죽여주마!" "하! 네 실력으로 날 죽이겠다고?!" 둘이 막 싸움이 붙으려던 찰나, 다시금 밖이 시끄러워지며 다급한 발걸음이 이쪽으로 이어졌다. ", 괜찮아? 무슨 일이야?" "왠 소란이냐." "혹시 누가 침입이라도 한건..." 비명을 들은 것은 그림죠 뿐만이 아닌 듯 했다. 그 소란에 짜증이 만연한 노이트라와 그런 노이트라를 보며 이제 어쩔래? 라는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림죠의 표정이 급작스레 좋지 않아진 것은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들 덕분이었다. "? 은 무사해 보입니더, 아이젠 대장. ...그러면 방금 왜, 어떤 이유로 이 난리였는지 내 알고 싶구마." "...그래. 일단은 전후 사정 전부 들어보도록 하는 게 낫겠군. 그렇지 않나? 노이트라. 그림죠." "....... 젠장. 망했다. 왜 최종보스들이 뜨고 지랄이야." ".....알아서 해라 노이트라. 난 이 일과 전혀, 절대, 조금도 상관없다." 혹여 제 이름이 더 불릴셀라 재빨리 손목을 낚아채 절실하게 이 자리를 피하고자 하는 그림죠에게 끌려나오며 뒤를 보았지만 이미 제법 멀리 떨어져 버린 그 곳에서 상당히 무시무시한 구타음이 들려왔기에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