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자 대번에 그의 미간이 확 찌푸려진다.
"어쩌라고." 역시나 불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조금만 더 노력해봐- 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보았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충분히 그렇게 대하는 것 같은데. 뭐, 네가 생각하는 그 다정한 남자는 누군데? 별로 궁금해 하는 건 아니고. 예시를 들어봐, 예시를." 갑작스런 그의 물음에 의중을 몰라 기웃이자, 그의 시선이 슬슬 사나워지기 시작한다. 그의 인내심 줄은 개미 허리보다 더 얇다는 것을 이미 체험한지 오래였기에, 다급히 말을 꺼내야 했다. 이치고...테슬러...슈헤이... 생각나는대로 열심히 나열하고 있자니 어째 무언가 끓는 점에 도달한 듯한 그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래, 계속 말해봐라?" 이를 악물며 한자 한자 내뱉는 그에게서 '더 이상 말하지 마라.' 라는 오오라가 풍겼음에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는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휙, 몸을 돌려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야? 하고 의문을 비치자 이제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된 그의 대답이 들려왔다. "네가 말한 그 다정한 놈들 족치러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