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발밑 조심......!"
그와 얘기하면서 걷고 있던 그때, 무심코 내 발치를 본 그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무어라 주의를 주려던 그림죠의 목소리와는 간발의 차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조그만 실험관 하나를 밟고 그대로 쭉 미끄러져 넘어졌다. ...아니, 넘어질 뻔 했다. 아슬아슬하게 내 팔을 잡고 제 품으로 끌어당겨준 그가 아니었더라면. "크...자엘아폴로! 너 뒈지고 싶냐?!" 자엘아폴로: "응? ...아. 미안. 이게 왜 여기까지 굴러와 있던거지? 안 다쳤어, ?" "넘어져서 다치면 어쩔 뻔 했냐고. 너, 관리 제대로 안 하냐?" 자엘아폴로: "너무 닦달하지마. 실수였어. ...어쨌거나 미안해 ." "똑바로 좀 해. ......야. 안 다쳤냐." 자엘아폴로의 드물게 미안하다는 어조에도 불구하고 성난 듯 날카롭게 일갈하는 그림죠의 품 속에서 숨도 못쉬고 가만히 있었다. 그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는지, 제법 세게 끌어안고 있어버려 숨쉬기 조차 조금 버거웠다. 가깝게 밀착한 그의 가슴팍에서 평소보다 거센 심장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