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기쯤이에요.)




익숙한 저택 하나가 눈에 보였기에 곧장 말을 꺼내자마자 옆에서 운전을 하던 아저씨가 반색을 하며 조금 들뜬 기색이 되어 트럭을 그쪽으로 모는 것이 보였기에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새벽부터 대여섯 시간을 몰아왔지만, 좀체 이사한 집이 보이지도 않았기에 제법 지쳐 있었던 듯 했다. 쪽잠이라도 잘 수 있던 나와 달리 그는 운전을 해야 했으니 아무리 졸려도 운전대를 꾹 잡고 고속도로를 내달려야 했다.





"여기입니까? 카라쿠라 마을이?"

(네. 저기 파란 지붕 집 쪽으로 가주세요.)





네. 하고 질질 끄는 두터운 목소리는 어느덧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이 일만 끝나면 분명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휴식부터 취하러 갈 것이 자명한 아저씨는 놀라울 정도의 스피드를 내며 집 근방으로 도착했다.





"읏차. 짐은 이게 다입니까?"

(네. 집 안까지만 놓아주시면 되요.)

"거 이사하는 것 치고는 짐이 없네요."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함 반을 담아 물어오면서도, 아저씨는 곧장 짐을 트럭에서 꺼내어 하나씩 집 안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아주 간단할 정도의 생활용품 정도 밖에 없는 지라 그 짐들은 금방 치워졌다. 큰 박스 열 개 남짓 옮기자 금방 트럭은 텅텅 비워져 다음 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벼운 짐이 대부분이었던 지라 아저씨는 팔팔한 얼굴 그대로 이사비용을 받아내고 트럭을 몰아 가버렸다.





(후...)





새로 이사한 집의 작은 침대에 털썩 누워 그대로 한숨을 토했다. 일찍 부터 부산하게 움직인 이유도 이유지만 그것보다는 여기까지 오며 점차 줄어든 수의 '그것들' 덕분이었다. 원래 살던 집의 반의 반도 안되는 그것들은 이 집 근방에도 슬금슬금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쓸 수준은 아닌 듯 했다.

좋은 곳이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직 쌓여있는 짐을 보다 몸을 일으켰다. 몸이 조금 힘들었지만 이삿짐은 마저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이사를 왔으니 어쨌거나 이웃집 정도는 인사드리러 가야 하고.





"누구세요~"

(아,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인데요.)

"앗, 잠시만요!"





옆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자 밝고 경쾌한 여자아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척 봐도 활발한 인상을 주는 그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딸깍, 하고 문이 열렸지만 거기에 있던 것은 인터폰을 했던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

"옆집에 이사온 사람?"

"앗, 내가 나가려 했단 말이야 오빠."





불쑥 튀어나온, 1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소년의 모습에 한순간 물음표를 떠올리고 있을 무렵 그의 뒤로 조그만 여자아이 하나가 톡 튀어나왔다. 조금 불퉁한 얼굴로 제 오빠를 쏘아보던 그녀는 곧 들어오세요! 라는 경쾌한 음성을 내며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드, 들어오라고?)

"네! ...손에 든 그거, 떡인가요? 마침 잘됐다. 같이 먹어요!"

(.......)





지나치리만큼 천진한 그녀의 말에 어떻게 거절 해야 할까 고민하는 자신에게 그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들어와. 유즈는 원래 저런 성격이니까 신경쓰지 말고."

(그렇지만...)

"원래 이 집안 사람들이 다 그래. 일일히 딴지 걸면 머리만 아파. 들어와."





문을 닫으며 먼저 곁을 쓱 지나가는 소년을 바라보다 그의 뒤를 따라갔다. 남의 집인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 못하며 주변을 살피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던 것인지 소년은 거실 소파에 걸터 앉으며 의자를 내밀었다. 앉으라는 무언의 행동에 가져온 떡을 탁자에 두고 맞은편에 앉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게 되니 역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외모였다. 제법 뚜렷한 이목구비에 순한 인상은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훤칠하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단지 저 튀는 오렌지 색 머리라던가 미간에 습관적으로 잡히는 듯한 주름 덕에 건전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주고 있었지만.




"몇살이야?"





찬찬히 그를 뜯어보고 있던 와중 갑작스레 들려온 질문에 놀라 한템포 대답이 늦어버렸다.





(...올해로 20.)

"......."





순간 조금 당황한 듯 소년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보다 나이 많았네... 음. 난 쿠로사키 이치고. 올해 17살.
그쪽, 이름은 뭐야?"

(...)

"20살이면 대학 막 입학했을텐데 이렇게 이사해도 되는 거야?"





지극히 당연하게 나온 그 물음에 괜스레 어깨에 닿은 머리카락을 만지작 만지작 꼬아대다가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부모님 외의 다른 이들에게 둘러댈 말은 이미 이사오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휴학했어.)

"? 휴학?"

(취업하기 전에 뭐라도 해두고 싶어서...)

"열심이네."





짧게 웃는 인상이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 아까 전 여동생과 닮은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했건만 이제 보니 제법 닮아 있었다.











이름:그림죠 재거잭
삐걱임이 33 번 울렸다
GOOD:괜찮은데?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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