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로이에게서 잠깐 내려오던 도중, 발을 헛디뎌 그대로 엎어지며 떨어졌다.

다행히 중간에 일폴트가 받아주었지만, 어린아이의 몸인데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탓인지 발목 한쪽이 욱신거리더니 곧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일폴트: [제대로 접질렀는데.
이래가지고는 혼자 걷는건 커넝 디로이나 다른 녀석들에게 매달려 있기도 벅차겠어.]




이쪽의 상태를 확인하던 일폴트가 혀를 차며 그림죠 쪽을 돌아보았지만, 그는 '그래서 뭐.' 같은 짜증스러운 말을 내뱉었을 뿐이다.




일폴트: [네가 등 좀 빌려주는 게 어때?]

[드디어 정신 나갔냐.]

일폴트: [어쩔 수 없잖아.
다들 몸집이 커서 이 꼬맹이를 태우면 또 중간에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지금 얘 상태로는 디로이나 내게 매달려 가는 것도 무리야.
그나마 네 사이즈가 딱 맞잖아?]

[────.]




일폴트의 유들거리는 마지막 말에 그림죠의 새파란 눈이 한순간 노기로 번들거렸다.

단박에 이를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몸을 웅크려 도약자세를 취하던 그에게 이러다 싸움이 날 것 같아 다친 다리를 끌고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괜찮아, 혼자 할 수 있어.)




그의 성격 상, 여기서 더 거추장스럽게 여겨진다면 당장에 내쳐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괜찮다는 시늉을 하며 몸을 일으키고 걸으려 했지만, 이쪽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영 좋지 않았던 몸상태는 두 발짝을 딛기도 전에 다시금 모래 위로 볼썽사납게 넘어져버렸다.




[.......
새끼인간. 네 몸은 무슨 저급 호로보다도 못하냐?
내려오다가 넘어져서 다리를 다친다고?]



머리 위에서 황망한 어조로 그가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아픈 다리를 붙잡고 고개를 들자, 이제는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로 부은 이쪽의 발목쪽으로 잠깐 시선을 둔 그가 이내 낮게 이를 갈았다.




[그냥 먹어치우든, 버리든 했어야 했는데.
.......타라.
조금이라도 괜찮아진다면 네 발로 직접 걸어.]




순간 소리없는 경악이 여기서 울려퍼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이례적인 양보를 넘어선 자비에 디로이가 억, 짧은 신음을 내뱉고 먼저 말을 꺼냈던 일폴트 조차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그는 이쪽의 대답이 늦어지자 슬슬 험상궂어지는 얼굴이 되어 사납게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이도저도 못하게 되어 그의 등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생각했던 것보다 매끄럽고 단단한 그의 피부가 서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고마워.
그렇게 조그맣게 중얼거린 말을 들은 것인지 동그란 그의 귀가 쫑긋거리더니, 짧은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이름:그림죠 재거잭
삐걱임이 33 번 울렸다
GOOD:괜찮은데?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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