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어김없이 신스케에게 가는 길이었다.
햇살도 적당했고 바람도 선선했던 좋은 날씨였기에 절로 콧노래가 나오려던 그때, 누군가가 앞을 가로막았다. "야, 이 여자냐?" "오, 맞아, 맞아. 그 다카스기 신스케가 아낀다는 계집 이잖냐." 두 남자의 대화 내용에 안색이 변한다. 짧게 토막난 대화였지만, 적어도 그에게 감정이 좋아보이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는 이들이 복수를 하기 위해 이쪽에 접근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미 지난 시간동안 비슷한 일들을 겪어 보았기에 대처는 절로 빠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그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뒤로 물러나 도망갈 준비를 하던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덥석, 입을 틀어막았다. "도망가려 하면 우리가 좀 곤란한데, 아가씨?" .......상황이 절망적이게도, 미처 발견 하지 못한 한 명이 더 있었다. 결국 완전히 퇴로가 막혔기에 입을 막고 있던 남자의 복부를 겨냥해서 팔꿈치로 강하게 내리 찍었다. "윽! 이, 이게!" 제대로 들어가는 감촉이라던가, 일순 입을 틀어막은 손에서 빠지는 힘,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남자의 입에서 험악한 욕설이 터지는 것은 제대로 공격이 들어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어깨에서 뜨거운 무언가로 내리긋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남자가 들고 있던 단검을 반사적으로 꽃아온 탓이였다. 그러나 고통은 어디까지나 이 상황에서는 두번째 문제에 불과했다. 머뭇이던 몸을 재빨리 재촉해, 박힌 단도를 뽑아내며 피가 퐁퐁 솟는 상처를 누른채 그가 있을 법한 장소로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늦었....... 잠깐, 너 어깨가?"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그가 문득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더니, 곧 희미하게 웃다가 얼굴을 굳히는 것이 보였다. 어깨 한쪽이 피투성이가 되어, 잔뜩 상한 몰골로 달려오는 이쪽을 본 탓이라. 아주 잠깐 당혹스러워하던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옷을 아무렇게나 찢어 지혈하기 바빴다. 피가 옮겨 묻어 새빨갛게 변한 손을 마주 잡아오는 그에게서 드물게 험한 욕설이 씹히듯 흘러나왔다. ....... 아무래도 서두른다고 서두른 것이었지만, 역시 피를 상당히 흘린 탓일까. 아니면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몸에 들어가있던 긴장이 어느정도 풀린 탓일까.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고가 조금씩 느려지고, 천천히 의식이 사라지며 무거운 졸음이 밀려왔다. . . . "......정신이 드나. 여기는 의료실이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상당히 위험할 뻔 했던 상황이었다더군. ─미안하지만, 흉터가 좀 남을 것 같은데 괜찮나, ." 눈을 뜨자 마자 보이는 익숙한 천장, 그리고 낯익은 얼굴에 빳빳했던 몸이 느슨히 풀려갔다. 그런 이쪽을 다정히 도닥이며 상황을 말해주는 그에게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잘 감겨진 붕대가 어깨를 단단히 매어주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의 핏자욱이나 역한 비린내는 자취를 감췄으며, 그의 표정도 별다른 기색 없이 태연하기만 했다. "......그 뒤는 처리했으니, 신경 쓰지 마라. 그보다는 좀 더 누워 있도록 해. 충분히 충격이 클만한 일을 겪었으니, 한동안은 안정을 찾는게 좋을 것 같군." 여느때처럼 상냥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달래오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