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야겠군."
소화제를 먹었음에도 나아진 것이 없는 이쪽의 모습에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내 손을 잡아당기더니, 품속에서 작은 침 하나를 꺼내어 순식간에 따버렸다. 채 항의나 거부를 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아주 늦게서야 손끝이 따끔거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검은 빛으로 몽글몽글 맺혀 흐르는 피를 몇 번이나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속이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조금 풀렸나보군. .......아직도 피가 계속 나는데, 괜찮나?" 안색은 한결 나아졌지만, 그의 말대로 아직 피가 멈추지 않고 나오는 것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 때, 그가 이쪽의 손을 잡고 위로 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아직도 피가 나는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 처음에는 새끼 고양이가 핥아 올리듯 부드럽게, 느릿하게 끝을 간지럽히던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진득하고, 농밀해져 갔다. 손을 빼려 해도, 그의 손아귀에 단단히 붙들린 탓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조금의 미동조차 없다. 여러가지로 당황해 하는 이쪽의 표정이 그는 내심 마음에 든 것인지, 자그만 웃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입을 떼주었다. (뭐하는 거야!) "어쨌거나 피는 멈췄지 않나." 어깨를 으쓱이며 얄밉게 웃음을 흘린 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