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 실례합니다."





집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나는데 대답이 없는 걸 이상하게 여기며 들어오자, 독특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소파에서 하품을 하며 일어나고 있었다.





"어라? 벌써부터 손님? 이거 빠찡코보다도 괜찮을 것 같네......
무지무지 기쁘지만 이 긴상이 오늘 너무 피곤하니까 내일부터 개장하면 안되겠습니까?"





의뢰자가 찾아왔는데 자기 피곤하다고 내일 오라는 해결사?
게다가 사람이 방문했으면 좀 나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저 멀리서 건성으로 대답이나 하고 모습도 안비추고 그냥 가라고?
대체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어째 지금 상황이 기가 막히고 어이도 없어 그냥 몸을 돌리려는 순간, 왠지 낯익은 것 같았던 그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후아암~ 왜냐하면 저 간판 하나 만드느라 새벽부터 작업을 했거든. 3시간 밖에 못잤다고? 나폴레옹조차 짜증내면서 제 2사춘기 올 상황이었다고? .......가만, 그런데 거기 왠지 낯익은 세숫대야가."

"........긴토키?"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리,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얼굴이 식별 가능해지고서야 온전히 보이는 은발의 곱슬머리 남자를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낯이 익다 못해 내가 아는 사람이였고, 지긋지긋하던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몇 안되는 친구 중 한 명이였으며, 전쟁이 끝나고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못된 네 놈들 중 하나였다.
여직 소식이 끊겨 애타고 초조하게 기다렸더니, 이런 곳에서 이런 모습으로 서로 재회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 너였냐 요 녀석아. ? 아니아니, 이건 다른 이름이었나.
아무튼 오랜만이다─? 이야. 못본 사이에 많이 자랐잖냐. 머리카락도 그렇고, 거기도..... 컥!"





실실 쪼개는 그의 얄미운 면상에 주먹을 꾹 쥐고 주저없이 그의 명치에 날리자,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긴토키는 웃는 얼굴 그대로 쩡하니 굳어버렸다.
그런 그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자, 뒤늦게 충격에서 벗어난 그가 당황한 듯 주춤거리다 달려든 나를 받아주면서 그대로 무게에 밀려 뒤로 쓰러졌다.

결론적으로, 나와 그는 같이 대차게 굴려졌다는 소리다.
내 충격이야 그가 감싸주면서 대신 받아줬기에 별 피해는 없었지만, 이중으로 충격을 받고 끝에는 머리까지 제대로 기둥에 박아버린 그가 머리를 감싸쥐며 죽는다고 소리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의 특유 악성 곱슬머리를 잡고 힘껏 흔들자 '아, 아, 아! 탈모! 이 나이에 긴 상 탈모 생긴다! 난 후대에 그런 불치병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 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오랜만 좋아하시네! 그걸 아는 사람이 1년 넘게 소식 하나도 없어?
마지막도 소리소문 없이 나만 그곳에 두고 가버렸으면서.
대체 지금까지 걱정한 나는 뭐가 돼?
잘 살고 있었다면 연락이라도 하던가 이 놈팽이 아저씨야!"

"으아악! 너 못본 사이에 마운틴 고릴라가 됐다?!
자,잠깐! 진정 좀 해주세요 요 녀석아! 다 설명할게! 300자 이내로 제대로 서술할테니까!"





그의 처절한 만류에 못 이기는 척 내려와 바닥에 앉은 그상태로 그를 노려보았다.
내게 한마디 없이 사라지곤 이제껏 연락 한통 없었다. 아마 우연적으로 이렇게 못 만났다면 평생 못봤을지도 모른다.
그게 무섭고 또 서운해서 저절로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자 그가 무척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 손을 뻗었다.





"?! 저기, 긴 상이 뭐 또 잘못했습니까? 아니 맞은 건 나인데 왜 가해자가 되어 버린 건데?!
수업시간에 여자애가 장난쳐서 똑같이 해줬더니 걔가 정말 너무해! 내 마음도 모르고! 하고 울어버려서 최종적으로 내가 선생님한테 혼나고 반애들에게는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가 된 것 같은 이 상황은 뭐야?
저기요? 저기요? 아니 내가 잘못한게 있긴 하지마안──! 연락 두절 되어서 걱정시킨 건 미안하지만!
아니 그, 그렇게 울면 나는 뭐가 되냐고...
....
......
미안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어요. 그러니까 눈물 그쳐주세요. 긴 상은 이런 분위기 정말 못 견디니까 한번만 좀 봐주세요. 아니 울고 싶은 건 나잖아!? 나도 운다? 진짜 엉엉 울어버린다? 이거 봐라, 눈물 벌써 찔끔 고였거든?! 긴상은 몸도 마음도 아프거든!?"





대패닉 상태가 되어 안절부절 못하는 긴토키에게 그 특유 실없는 소리를 들으면서 터질뻔 했던 울음을 가까스로 멈췄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정적이 영 반갑지 않았던 듯, 다시 입을 연 긴토키 덕분에 묵직한 공기가 일순 깨졌다.





"...묻고 싶은 게 많겠지만, 일단 하나씩 설명해줄테니 기다려봐라 요 녀석아. 나도 정리는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복잡하다는 듯 그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리는 것을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