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날은 유달리 상쾌하면서 어딘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오전의 아침으로 기억한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그런 날이였다. 이리저리 흐트러지는 순풍에 몸을 맡기며 기분 좋게 걸어가다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오는 그런 날씨다. 살짝 울적한 상태라도 지금 이 풍경을 본다면 모든 것이 잘될 것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었다.

그렇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그의 배로 향하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도중에 멈춰섰다.

천인의 우주선?
어렵지 않게 그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차린 나는 흘끗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인적 또한 드문 곳이라 이곳에는 지금 나 뿐이었다.

제대로 망가져 버린 우주선 몸체라던가 일그러진 기구, 드문드문 기스나고 그을린 흔적이 빼곡한데다 연기마저 틈틈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불시착을 한 것 같았기에 일단 그 우주선을 살펴보기로 했다.

우주선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단지 이상한 점이라면 그 우주선 자체를 감싸고 있는 식물의 덩굴이었다. 초록색 줄기를 뽐내며 이리저리 우주선을 휘감은 그것의 정체는 장미였다. 그러나 정작 그 장미들은 다 시들어 버려 축 쳐진 꽃잎만을 바닥에 흩뿌리고 있었다.

그 괴이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고 좀 더 둘러보다 우주선 윗부분에 유일하게 생생히 피어 있는 장미 하나를 발견했다. 우주선 장식에 가려져 색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장미 한 송이었기에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곁으로 보기에는 우주의 이상한 생물이 아닌, 틀림없는 지구의 장미다. 은은한 향을 한껏 내비치며 수줍게 피어있는 그 장미를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별다른 점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부터 우주선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점차 푸른빛을 띄우며 몸을 감싸온다는 것을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다른 것을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었던 나는 그렇게 상당히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그 짙고 푸른 연기 속을 빠져 나오려 했지만, 몸을 움직이자마자 급격히 시야가 어두워지며 의식 또한 흐려졌기에 그대로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눈에 밟혔던 그 묘한 장미의 색이 덧씌워졌다.
그 색은───.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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