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걸 묻는군."
그가 자잘한 웃음을 터트렸다. 작은 들썩임, 희미한 웃음소리. 어느것 하나 지금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적어도 연인에게 총구가 돌려진 지금 이 상황과는. "다른 녀석들이라면 내 뒤를 밟기도 전에 베였겠지. 혹은 총구가 닿기 직전에 그 목이 달아났을 거다. 유능한 정부의 개들이, 천인의 앞잡이들이 수도 없이 시도한 암살은 대부분 그렇게 끝났지. 그런데도, 그런 녀석들보다 훨씬 무(武)에 거리가 먼 네가 내 뒤를 잡고 총을 겨눈다는 것은." 어느순간 부드럽게 돌려진 그의 몸이, 느릿하게 뻗어진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총을 떨구고 대신 몸을 끌어안아 온다. "네가 유일하게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