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배범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는거겠지, ."




미간을 꾹꾹 누르며 설핏 난감한 표정을 짓던 그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다.




.
.
.




영화관에서는 특히 짜증나는 행동 3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핸드폰 불빛, 전화벨 소리.
두번째는 다리를 떨거나 앞 의자를 걷어차는 것.
세번째는 한참보고 있는데 영화 내용을 스포하고 있을 때다.

......특히 문제라면, 그 세 가지 경우를 다 겪고 있다는 거겠지.




"어머, 어머. 저 애 귀엽지 않아?"

"아, 저 애는 말이야 이따 어떻게 되냐면......"

"정말?!"




.......
영화 시작부터, 상태는 계속 이 모양이었다.
바로 옆에서 울려퍼지는 해당 영화의 중요한 스포일러 내용들,
뒤에서 지진이 났다고 착각할 정도로 심하게 다리를 떨어대는 사람.
뭐가 떨어졌다며 핸드폰 손전등을 키며 이리저리 휘둘러대는 사람.




".....왜 그러지?"




어딘가 이상했는지 그가 고개를 돌려 물어왔지만, 모처럼의 데이트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아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찾아 왔거나, 아예 오지 않았을 것이다.




"......"




이쪽의 기색을 잠시 훑어보던 그가 돌연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는, 뒤에서 여태까지 신나게 다리를 떨고 걷어차던 뒷사람에게.




"너. 아까부터 정서불안인가?
다리, 제대로 간수하지 못할 바에는 별로 달고 있을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라 그를 쳐다보자, 특유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의 서늘한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너. 아까부터 시끄러워.
입이 근질거리면 언제라도 더 나불거려보도록.
바람구멍이라도 만든다면 덜 간지러울테지."

"이 새끼가!?"




옆에서 내내 시끄러웠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턱 밑으로 와닿아 있는 날카로운 검에 의해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털썩 하고 주저앉는다.




"말했을텐데, 시끄럽다고.
한 번만 더 나불거리면 이대로 찢는다."




전혀 농담같지 않은 그의 말투와 시퍼런 검날에 기가 질린 것인지, 남자는 그대로 같이 온 동료와 같이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
혹시, 그는 이미.




".....?"




입술을 달싹이려다 결국 나오지 못한 그 말을 눌러삼켰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에게 왠지 '알고 있었어?' 라는 말을 하기가 꺼려졌으므로 대신 다른 단어를 선택했다.




(고마워.)

"별로."




그제서야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평소처럼 툭, 내뱉는 그와 같이 즐겁게 영화를 보고 나왔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