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그의 방이 아닌 하얀 벽지로 감싸여져 있는 병원이었다.
어지간히도 놀랐는지 평소처럼 그의 배 내부에서 따로 있는 의사에게 치료받은 것이 아니라 병원까지 데리고 왔나보다.

.....
자기가 수배자인 것도 깜박한 걸까.
아니면 그럴 정신도 없었던 것일까.




"아- 일어났네, 아가씨."




염려에 잠겨 있던 그때, 마침 타이밍 좋게도 누군가 문을 들어오며 말을 던졌다.
슬쩍 그쪽을 쳐다보니 얼굴에 흉터가 있는 의사가 특유 새하얀 의사 가운을 걸치고 이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긴토키가 병원에 입원할 때 주로 만나던 의사 아저씨인지라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과로. 영양실조. 탈수증세.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불면증.
.......이게 20대가 가질 증상입니까."




요즘 끼니를 건너뛰었더니 아무래도 피로가 누적된 모양이다.
냉큼 이어지는 의사 선생님의 따끔한 질책을 받고 있던 도중, 다시 한번 병실문이 열렸다.




"......!"




늘 얼굴을 가리는 갓 조차도 쓰지 않은 채, 조금 수척해진 모습으로 이쪽을 어떤 표정도 없이 응시만 하는 그의 반응에 조금 의아해졌다.

그런 이쪽의 의문에 의사 선생님은 짧은 한숨을 쉬며 한마디를 하고 자리를 비켜주듯 사라지셨다.




".....저 사람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기는 게 좋을거야, 아가씨.
저 남자, 아가씨가 쓰러진 반나절 동안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어.
조금도 쉬지 않고,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의사 선생님이 나가고 방문이 닫히자 그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




그가 덥석 뻗은 팔은 순식간에 나를 끌어당기며 품 안으로 가둬버린다.
뭐가 그리 불안한지 그토록 강하게 끌어안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린채 아무 말이 없던 그가 마른 입술에서 탁해진 목소리로 아주 작게, 불분명히 중얼거렸다.




"....순간적으로 또 잃어버리는 줄 알았다.
불안해서, 다시 없을만큼 두려워서.

눈을 감은 네 모습이 계속 겹쳐보여서 도저히 어디 갈 수 없었어.
내가 돌아왔을 때 네가 혹여 숨을 멈추지 않을까, 온기가 사라져 있지 않을까.

그래. 쓸데없는 생각이지.
나 스스로조차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망한.
.......
그러니까, 더 이상 걱정시키지 말아라."





끌어안은 그의 품에서는 얕은 떨림이 전해졌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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