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어떤 예고도 없이 내리는 비는 조금 당황스럽다.
그것도 어느 순간, 소나기마냥 거세게 내리붓는 비는 당황을 넘어서 난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 이쪽의 경우가 딱 그 짝이었다. 그쳐갈 기미는 커넝, 오히려 점차 강해지고 있는 그 거센 폭우에 모처럼 나들이를 나왔다가 꼼짝 없이 발이 묶이고 말았다. 때마침 휴대폰도 놓고 와 버려 그에게 제대로 연락을 취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난감해져 입술을 가볍게 물어뜯고 있을 때, 누군가가 툭- 하고 이쪽을 건드렸다. ...앞가림도 하기 힘든 심한 폭우라서 바로 알아차리는 것은 무리였기에 고개를 조금 들어 주위를 살폈다. ".....발이 묶인건가." 참 지독하게 낯익은 목소리다. 어느새 온 것인지, 바로 옆에서 비스듬히 기대어 비가 내리는 진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후. 길디 긴 곰방대의 연기를 내뱉고 있었다. 신스케. 그의 이름을 부르자 태연하게 왜 그러냐는 눈짓이 돌아왔다.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던 것인지. "......글쎄.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어림잡아도 30분 전 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소리다. (우산 없다는 거 알았어?) ".....아까부터 비 온다고 우산 챙기라 했을텐데. 필요없다고 하더니, 결국 이 꼴이냐." 뭐라 항변을 못하고 그저 시선을 피하자 그가 픽, 시시하게 웃더니 자신이 가져온 우산을 펼쳤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까딱이며 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오는 길이라도 잃어버릴까 걱정되서 말이지. ...돌아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