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쳤나."
짧은 웃음은 미처 삼키지 못해 그대로 입 밖으로 작게 터져나온다. 단정한 봉투 안에 깔끔히 접혀 넣어진 편지는 만의 글씨체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이 이상 신경을 쏟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항상 부추기는군." 그 어떤 것 보다 사랑스럽게 보이는 문장으로 가득 찬 작은 종이를 보며 슬그머니 입술을 올렸다. 그저 한낱 글 뿐인데도, 읽으면서 절로 귀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듣기 좋게 여운을 남긴다. 그것에 기꺼이 몸을 내밀며, 편지 봉투를 뜯기도 전에 어디론가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그녀가 간 방향을 응시했다. "직접 듣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렇게 형태가 남아 있는 것도 제법 괜찮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어내린 편지는 다시 곱게 접혀 조심스럽게 봉투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소중하게 옷 안쪽으로 넣어두며, 느긋하게 그녀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더없이 소중한 이 애정에 대한 보답으로, 무엇을 해줄지 고민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