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떠났다.
쉽게 말하자면 그에게서 도망쳤다.

오롯이 하나만을 향한 과도한 맹목이 숨통을 짓이겨 호흡조차 버거웠다.
억눌려진 틈을 삐걱이며 열고 나오는 광기를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하면 너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


이쯤이라면.


여기까지 도망쳤다면 됐다-라는 생각에 자리에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는 사람이라곤 어떤 이들도 보이지 않는 전혀 낯선 곳에서 천천히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한번씩 휘젓고 지나간다.
미련인지, 후회인지, 후련함인지, 해방감인지 모를 그런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려 막 고개를 든 순간.





"........늦었군, ."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익숙한 담배 연기가 낮은 숨소리와 함께 뱉어진다.
천천히 시선을 올려, 어느 순간 근처까지 다가와 있는 누군가를 올려다 보자, 잔뜩 비틀린 웃음소리가 귓가에 닿아왔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서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
빗나가길 바랬는데 말이다."





여상히 흐르던 미소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평소에 웃어주던 그 모습이 거짓말이였다는 듯 굳어버린 그의 얼굴에서는 날선 냉막함만이 깃들어 있었다.





".......숨박꼭질은 끝난 것 같군.
이제 그만 돌아가지."





그의 손이 뻗어지는 것까지는 봤던 것 같은데, 그 이후의 기억은 까마득하게 잠겨버렸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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