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카타 씨가 나가고 잠시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단지 야외인지라 새들의 재잘거리는 울음소리와 온천 물이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만이 그 정적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가끔 바람이 불며 나뭇가지를 흔들어 잎사귀를 떨구는 소리와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소리. 그리고 매우 조용한, 인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이 조용한 곳에서 묘하게- 그제서야 그와 나 단둘이라는 사실이 크게 와 닿기 시작했다. 나는 나대로 큰 가운 하나를 두르고 있었고 그는 가볍게 상체 아래 부분만 긴 타올로 가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그것대로 의식이 되는데다가 왠지 서로 아무 말이 없어서 그런지 더 낯설기만 했다. (신스케. 왜 오늘따라 그렇게 말이 없......아, 차가워!) 그에게 무슨 말인가 걸려 했지만, 이내 내 머리를 톡 하고 기다렸다는 듯 때리는 차가운 물방울에 놀라 고개를 들자, 구름이 잔뜩 껴있던 하늘에서 어느새인가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이리로." 문득 그가 손짓하며 온천을 빠져 나가며 어디론가 성큼성큼 걷는 것을 보며 나는 재빨리 그를 따라 갔다. "딱히 굵은 비도 아니니.....잠시 이곳에서 비를 좀 피하지." 야외 온천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큰 나무들과 수풀등이 보였기에 그가 적당한 나무를 고르고는 그 아래 털썩 주저앉으며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쳤다. 그런 그를 따라 앉자 서늘한 땅의 특유 촉감이 느껴져 조금 어색하게 몸을 뒤틀었다. "......온천, 좋은가?" 그의 옆에 앉다가 무심코 그의 중얼거림을 듣게 되었기에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가." 그가 크게 픽 하고 짧은 웃음을 짓더니 앞을 다시 바라보았다. 근처의 젖은 흙내음과 비냄새. 그리고 더욱 짙어진 비안개와 어우러져 빗방물들이 만들어 내는 온천의 물결 파장을 잠시 보고 있자니, 문득 어깨 근처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고개를 들었다. (신스케?) "......" 그가 슬며시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 쪽으로 기대며 짤막한 웃음소리를 냈다. "경치도 좋군. 게다가, 좋은 냄새도 나고 말이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