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처에서 조금만 더 가면, 상당히 유명한 온천이 있었다.
성수기 때는 꿈도 못꾸던 곳이었지만, 최근에 비성수기로 접어들면서 그나마 한가해진 곳이었다. 그 역시 흔쾌히 좋다 라는 표시를 내비쳤기에 미리 카운터에 1박 2일로 예약 신청을 걸었다. 덕분에 그와 같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깨끗한 야외 온천장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 . . 구름이 잔뜩 끼어 특유의 따가운 햇빛도 없고, 온천의 수증기가 옅게 피어나 특유 분위기를 자아내며 흔들거렸다. 야외라서 그런지 젖은 풀내음, 꽃의 향이 자욱하게 퍼지고, 드문드문 보이는 온천길은 갈래갈래 뻗어 있었다. 몸에 가운 하나를 두르고 조심스럽게 탕 속으로 들어갔다. 기분 좋은 향과 동시에 적당히 따뜻한 기운이 퍼지며 몽글몽글 솟아나는 김에 얼굴을 대고 있노라니 왠지 나른한 기분이 드는 것이, 역시 에도에서 제일 가는 온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연히 남/여탕으로 구분되어 있는 곳을, 혼탕은 없냐며 카운터에 대고 '혼탕은 없는 건가.' 라며 연신 아쉬운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는 남탕으로 가는 내내 투덜투덜 거렸던 것 같다.) 여탕으로 들어가기 전 그를 보며 '이따 봐.' 라며 등을 탁 밀어주고 왔었지. ────. 조금전의 일을 생각하며 혼자 웃고 있던 와중, 가까운 곳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더라 싶었더니, 역시 누군가가 새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혼자 이 넓은 야외온천장에 있는 것은 조금 무서웠기에 슬금슬금 그쪽으로 걸어가자, 그쪽에서도 이쪽을 발견한 듯,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있었나 보군......?!" (......히, 히지카타씨?!) 무척 낯익은 목소리와 무척 자주 보았던 얼굴이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그것도 반나체로! 히지카타: "자, 잠깐 뭔가 오해가.....!" (꺄아아아악!) 그가 무슨 말을 하려던 것 같았지만, 이내 상황 파악이 된 나는 눈을 꽉 감고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냐, !" 그리고 바로 옆쪽이 남탕쪽이였던 듯, 내 비명에 놀란 그가 남탕과 여탕을 갈라놓고 있던 나무벽을 그대로 부숴버리며 등장했다. (......) 히지카타: "......." "......." 싸한 침묵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