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주변을 기웃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호감을 표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말을 건넨 적은 없기에, 연인이 있다는 말도 미처 못한 상태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런 안일한 상황에서의 나태했던 손속은 결국 모두에게 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걸 미처 모른채.





"───.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문득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가 너무나 가까이서 들려온 탓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평소처럼 어두운 옷을 걸치고, 나른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이쪽으로 곧게 시선을 보내는 그가 서있었다.

그의 눈이 천천히 이쪽에서 옆에 있던 남자에게로 옮겨지며 비딱한 웃음을 실었다.

오늘 처음으로, 쭈뼛이며 일이 끝나면 같이 돌아가도 괜찮겠냐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것은 이참에 말을 해두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함께 돌아가며 그에게 연인이 있다고 말하려던 순간을 기가 막히게 낚아챈 그의 모습에, 아차 싶었다.





"......둘이서 밤마실이라도 나온 모양인데."





후, 틈 사이로 뿌옇게 퍼지는 곰방대의 연기가 유독 독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그의 시선은 첨예하기 그지없어, 절로 등골에 오한이 서리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매캐하게 바뀌는 공기를 환기라도 하듯, 줄곧 같이 있던 남자가 가볍게 손을 휘저으며 "당신은 누구야? 에게 이상한 소리나 하고." 와 같은 말을 할때까지 이 이상한 분위기는 한없이 고요했다.





"좋은 배짱이군.
...누구에게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나른하게 잠겨있던 목소리는 한순간 돌변해 삐걱이는 쇳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새하얀 검신이 그의 허리춤에 늘 자리잡고 있던 검집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검이 움직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아주 미세하게 서걱이는 짧은 소리와 함께 다시 그의 손에 들려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그것이 낳은 결과는 너무나 가벼웠던 움직임에 비해 숨이 막힐 정도로 참혹했다.





"으...으아악?!"

(!)





난데없는 비명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자, 제 팔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몸을 떠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몇번이고 비명을 질러대는 그에게는 방금까지만 해도 이쪽의 어깨를 슬며시 잡아오던 그 오른손이 팔꿈치 아래로 부터 잘려나가 없어져 있었다.
뼈까지 잘린 것인지, 너무나 깔끔하게 잘려 바닥을 뒹구는 신체의 일부는 오히려 마네킹의 조각마냥 너무나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절단된 그 팔의 상처부근에서 기다렸다는 듯 쭉쭉 떨어지는 새빨간 피에 짧은 현기증이 일었다.





"다음에도 나 이외의 남자와 밤거리를 걷고 있다면."





그런 그를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에서 치운 그가 이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긋함이 서린 부드러운 어조와 다르게 그 표정은 더없이 차갑다.
자잘하게, 조용하게 웃기만 하는 그의 목소리에 서늘한 무언가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면 지나쳤을까.





"그때는 이 정도 '경고' 로 끝나지 않을거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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