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야? 넌 누구야?!"





반사이의 말에 따르면 자객들을 심문한 결과 을 죽인 이는 막부의 고위 관리라고 했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자가 바로 을 죽게 만든 이라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순식간에 무언가가 치고 올라와 꾸역꾸역 독을 내뱉었다.
그야말로 단단히 돌아버릴 것만 같은 분노와 살심이 뒤섞여 아우성을 내지른다.
당장이라도 손을, 손가락을 움직여 칼집에서 칼을 뽑으려는 의지를 간신히 억누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왜 을 죽였지."

"뭐?"





왜 죽였지?
왜 내게서 빼앗아 간거냐.
왜 내 유일한 사람들을 이렇게나 앗아 가는 거지?



왜.


왜.


왜.





"그...그건 어쩔 수 없었어!
그래야 내가 널 잡을 수 있으니까!
너,너도 날 노렸잖아!"

".......'어쩔 수 없었다'?"





되묻듯 황망히 중얼거리자 말이 통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만면에 조금 화색이 돌아 점점 그 얼굴이 펴지고 있는 그 구역질 나는 면상에 손이 제일 먼저 움직인다.





"으, 으아아아악!"





날이 선 검을 그의 손모가지에 박아넣고 새하얗게 웃어주었다.





"──그거 우연이군.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까지 죽은 이상 이제 멈출 수 없으니까."





칼은 을 몇번이고 헤집고 관통했다고 했다.
치명적인 급소에 한번.
그리고 폐와 옆구리에 한번.

인간은 천인의 몸들과는 틀리다.
그렇게나 헤집어지고 찢어지고 관통되어도 쉬이 죽지는 못한다.
아무리 심장을 찔리고 복부를 관통당해도 끈질기게 몇 분이라도 그 질긴 목숨을 이어갈 수 있다.
그 사실은 어느 누구보다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은 폐를 찔리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고통 속에 홀로 죽어갔다.
몸은 경련이 와서 덜덜 흔들리고, 사방으로 찢겨지는 비명조차 숨이 멎을 듯한 통증으로 채 열지도 못하며.
고요하게. 온 몸을 뒤틀며 사방으로 그 피를 토했을 것이다.


.......
뒤늦게 온 자신의 앞에서. 그렇게.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원망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간신히 닿을 수 있었던 의 최후.
의 한마디는 예상했던 괴로움도, 원망도, 무서움도 아니었다.





.......정말, 사랑해.





그 진부한 단 한마디의 마지막 인사.
단지 그 뿐이었다.
끝까지 애정을 속삭이며 사라져 버린 의 모습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까 너 역시 그만큼 고통스러워 하다가 죽는 게 공평하겠지."





시퍼런 빛을 내는 검을 그에게 겨누었다.
아직도 부들부들 두려움에 젖어 떨고 있는 남자에게 증오가 한웅큼씩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더 이상 참지 않으며 천천히 칼을 휘둘렀다.

너무나 손쉽게 베여지는 살 위로 붉은 실선이 덧그려졌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쩌억, 아가리를 벌리며 그 사이로 붉은 속살을 내보인다.
살이 열리는 익숙한 소리와 동시에 튀기듯 튕겨나오는 새빨간 액체들이 오갈 곳을 잃고 바닥으로 흩뿌려졌다.
주루룩 쏟아지는 그 피를 보며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그의 두툼한 입술이 잘려 바닥으로 톡, 떨어졌다.

혀는 잘라내지 않았다.
더, 더, 더. 비명을 지르고 고통을 토하며 죽을 것 같은 아픔에 단말마를 내지르길 바란다.
네 고통을 담은 그 외침을 그녀 또한 들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그녀를 달랠 수 있는 진혼가가 되도록.





"───!"




무어라 말하는 것인지 모를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몸이 베이고 찔리는 고통을 그대로 담은 단말마는 곳곳으로 퍼졌다.

그런 그에게 다시 손을 들었다.
핏방울이 튀겼다.

이제는 고깃덩어리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팔 한짝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다른 한쪽은 손톱을 하나하나 빼고, 그 자리를 꼬챙이로 대신 채워주었다.
손가락을 마디마디 잘라가며, 기절은 하지 못하게 찬물을 뿌렸다.
과다출혈로 허망히 죽일 수 없었기에 지혈까지 적당히 해주면서, 숨을 길게 이어붙였다.
최후는 배를 가르고, 거기서 나온 내장들을 입에 물려줄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그에게 손대고 싶은 것은 자신 뿐만이 아니었다.

고작 저런 쓰레기가 을 죽여버렸다.
저 놈만 아니었더라도 분명 그녀는. 은──.





".......젠장."





기어코 육두문자가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와 무겁게 떨어졌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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