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경험으로 무척 잘 알고 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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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 없이 의 몸에서 꾸역꾸역 나오는 그 붉은색은 천천히 고이고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물 비린내와는 또 다른 비릿한 냄새가 후각을 잡아먹으며 사방으로 퍼졌다.
눈에 비친 광경은 어디를 보아도 검붉었다. 새빨갛다.
그 한가운데에서 너무나 익숙한, 그리고 낯설게도 그녀는 쓰러져 있었다.





새빨간 바닥에서 천천히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으로.





무언가와 순간 겹쳐 보였다.

그 예전 자신이 베고 쓰러트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그것들'의 시체와.
전장에서 흔하고 흔했던, 발치에 치였던 그 무언가들과.

.......
기분이 나쁘다.
소중한 그녀가 한낱 그것들과 닮아 보인다는 것이.

손을 들어 천천히 미동조차도 하지 않는 의 몸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몸을 덮은 붉은색만 아니었어도, 그저 깊이 잠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얼굴이었다.
체온이 없어지기라도 한 것인지, 무척이나 차가운 그 한기에 절로 몸을 굳혔다.





".......쉬고 있어라, .
전부 끝내고 와서 얘기하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이목구비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매만지며 그 감각을, 그 광경을 확인했다.
기억했다.
조금이라도 시간과 찾아오는 그 망각을 뿌리치기 위해.

자신을 바라보며 웃던 그 눈을 지금 다시 확인할 수 없는 것이 갑갑했다.
상냥하게, 다정하게, 화를 내듯, 놀리듯, 웃으며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것이 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헤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고 친숙하게 찾아오는 그 감정 하나에 기꺼이 손을 벌렸다.
성마른 웃음이 터졌다.





"그래서, 을 죽인 범인은 찾은 거야?"

"......카무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분홍빛 머리카락의 소년에게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제 앞에서 특유 분홍빛 땋은 머리카락을 흔들거리고 있는 소년은 평소와는 다르게 만면에 웃음을 싹 지워버린 모습으로 물어온다.

청명한 색이 푸른색이라고 누가 그랬더라.
그 말을 한 자가 눈앞에서 이 소년을 똑바로 본다면 당장 자신의 말을 철회할 것이다.
새파란 눈이 번들거리며 노여움을 토했다.
사람의 것이라기 보단 짐승에 더 가까운 푸른 동공이 활짝 열려 기괴하게 보였다.

이미 그의 두 손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붉은 피가 가득히 고여 있었다.
아직도 뚝뚝 핏방울을 떨구는 광경에서 한순간 그녀와 겹쳐보여 입을 가렸다.
......당장이라도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메스꺼움이 속을 지배했다.

소년은 여느때와 다르게 조금의 여유도 없어보였다.
소식을 듣고 바로 이곳까지 달려온 것인지, 자신을 보필하는 수행원조차, 심지어는 아부토라는 사내조차 데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그 역시 급했다는 소리겠지.





"모르지. 워낙 원수 진 놈들이 많으니."





엷게 웃는 자신의 태도에 열이 받은 것일까, 그가 드물게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는 것이 따끔하다.





"널 노리던 놈들이 을 본보기로 사살했다는 얘기는 들었어.
따지고 보면 네 탓 아니야?
.......그런데도 멀쩡해 보이네 너."


"......큭. 멀쩡? 웃기지 마라.
을 눈 앞에서 잃고도 이 내가 멀쩡해 보이나?"





입술을 틀어올리며 비스듬히 웃었다.
속에서 들끓는 비명이 마른 웃음으로 튀어나왔다.
이제는 조금 쉬어버린 목소리로 그에게 씹어내듯 내뱉고는 밖으로 향했다.





신스케.





─────착각일까.
그녀가 부르는 듯한 희미한 울렁임이 귓가를 파고 들었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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