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라고 몇 번을 중얼거렸다.
괜찮아, 라는 말을 쉼없이 기다렸다. 그렇지만 그는 더이상 그 어떤 것도 해주지 않았다. 차갑게 내려가는 그의 몸의 온기는 한없이 안쓰러워서. 자꾸만 힘없이 빠져나가는 그의 몸이 야속해서. 잦아드는 숨소리가 무서워서. 그대로 끌어안아 울고 또 울었다. 떠올리리자 마자 먹먹해 지는 탓에 가슴을 간신히 추스렸다. 아직은, 아직은. 그 말을 주문마냥 되내이며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가 다시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삼키고 삼켜 집어넣었다. 무의식중 걷고 또 걸어 온 이 곳은 그와 내가 처음 만났던 곳이었다. 익숙한 풍경. 낯익은 장소. 이곳에 남은 그의 흔적. 기억에 남아 매달려진 그의 잔재.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는 걸까, 내가 너를 놓지 못하는 걸까. 그 어디에서도 너의 모습이 보였다. 네 웃음소리가, 그 목소리가 들렸다. 너의 손이, 손가락이, 입술이 닿았던 곳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아직도. 계속. .......긴토키. 그만 다른 곳으로 가지? 이 집 주인은 우리를 보고 싶지 않나 본데. 멍청아. 여자라고 해서 기대했잖아. 넌 꼬맹이한테도 여자라고 불러주냐? .......어이, 꼬맹아. 네 부모님은 어디계시냐. 너, 이 문 안 열어?! ...... 오랜만이다. ...다녀왔다, .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게 기억이 남아 사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여기서 너는 내게 ───라며 웃었다. 저곳에서 나는 네게 ───하고 화를 냈다. 이 앞에서 너와 처음 이야기를 했던 날. 저 뒤에서 너와 처음 싸웠던 날. 너와 만났던 날. 너와 헤어졌던 날. 다시 만났던 그 날. 작게 덧그리던 막연했던 둘만의 미래. 내가 울고 있을 때 넌 난감한 얼굴로 서툴게 달래주었다. 내가 웃고 있을 때 넌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주 웃고 있었다. 내가 화를 낼 때 너는 곤란한 표정으로, 혹은 마찬가지로 성을 냈다. 내가 우울해 할 때 너는 어떤 말도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항상. 언제나. 내 모든 시간 속에 너는 이미 함께였다. 앞으로도 그럴거라 생각했고 또 확신했다. 결국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린 바로 그 날. 너는. 그리고 나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