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누군가의 피가 그렇게 무서워 보인적은 처음이였다.

흐르고 또 흘러서──.

붉게 점칠된 진득한 액체가 내 몸을 적시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멍하니,
어떤 반응도 하지 못했던 나는 얼마나 무력했던가.

그를 끌어안은 손에서는 미적지근한 온기가, 그리고 새빨간 비린내가 떨어졌다.
느릿하게, 혹은 빠르게 사라져가는 체온이 품안에서 빠져나간다.
왈칵 토해지는 것이 그의 피인지 생명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가슴에서,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이미 한차례 범벅이었던 그의 몸을 재차 덮는다.

덜덜 떨리는 그의 손이 내 입가에 닿았을 때에서야 나는 숨조차 멈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못했다. 단어를 내뱉기도, 작은 단말마를 외칠수도 없었다.
그를 껴안고 있음에도 조금씩 차가워지는 그 몸이 너무나 추워 몸을 떨었다.

제발. 제발.
안 돼. 이러지 마.
왜. 어째서.

소리없는 비명이 목 안에서 들끓었다.
들이마쉬고 내쉬는 기본적인 행동조차 헛갈릴 정도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갔다.





"신스케님!"

"신스케!"





사방에서 들려오는 마타코의 절규어린 목소리와 처음 들어보는 반사이의 흥분된 목소리가 귓가로 울렸다.
흐르는 그것이 눈물인지 그의 핏물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아직도 또렷히 생각나는 것은 전등이 깜박이듯, 온전히 시야가 새까맣게 변했다는 것과 그런 내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 그의 모든 것.
선명하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의 옆에서 똬리를 튼 검은 사신은 냉정하게 마지막 낫을 내리쳤을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로부터 3일이나 지나있었다.
순간적인 충격으로 몸이 무너졌다는, 그리고 더 의식을 잃고 있었다면 위험했을 상황이었다는 말이 들렸던 것도 같다.

그러나 가장 귓가에서, 그리고 아직도 유독 또렷하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길디 긴 이명을 남기며, 어쩔때는 속삭이듯이, 또 어떤때는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크게.

차가워지던 그의 손이 뺨을 어루만졌을 때의 감촉 또한 생생했다.
피에 젖어 축축했으며, 후각을 마비시키듯 흘러나왔던 진득한 비린내.
천천히, 가늘게 내뱉어지던 그 숨이 멈추던 순간.

그 직전에 그는 나를 보며 웃었다.
울었다.
편해 보였다.
괴로워 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더없이 미련이 남은 얼굴로.





"......울지마."





아아악. 그때 토해지지 못했던 비명이 비로소 터졌다.
누군가 가슴을 짓이기는 것 처럼,
목을 졸라버리는 것 처럼.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아 몸부림쳤다.
날카로운 외마디가 역으로 돌아와 몸을 잘라낸다.

처절한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바닥을 미친듯이 긁어내리며 오열했다.
손톱이 부러지고 닳아 핏물이 맺힐 때까지.

몸의 모든 수분이 눈에서 흘러나갔다.
숨이 막혀 버둥거렸다.
밖에서 소란이 일었지만, 그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의식은 다시 사라져갔다.
그 끝에서 나는 간신히 너의 옷깃을 붙잡고 머물렀다.
꿈 속에서 너는 평소와 같았다.

그 한발의 총성이 터지기 전에는.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평소처럼 그와 웃으며 길거리를 돌아다녔고,
평소처럼 그와 장난치며 웃고 있었고,
평소처럼 그와 손을 잡고 구경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순간 울려퍼진 총소리.



순간 짤막한 신음소리에 놀라 옆을 돌아보자, 그의 왼쪽 가슴 바로 윗부분이 입은 옷보다 더욱 진한 빛으로 물들어 갔다.





".......큭. 까마귀들이. 아직도.
판단을 잘못했군."





이 와중에도 제법 여유로운 표정을 내비치는 그의 표정과 달리 상태는 좋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것은 그의 입가를 타고 흐르는 한줄기 붉은 선혈이였다.

......제대로, 정말 제대로 맞아버린 듯 했다.

놀라 그를 끌어안는 내 눈에 보인 것은 하나 둘- 모습을 내보이는 검은 복장의 누군가들.
언제나 그가 조심했던, 주의를 기울였던 자들이다.
천천히 마지막 숨을 끊어 놓으려 다가오는 그 누군가들을 피해 그를 부축하는 와중에 뒤따라온 귀병대 단원들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미치겠군.
울지 마라.

......
이젠 아무래도 울고 있는 널 달래 줄...수 없을 것 같으니."





평소와 같은 그 목소리로.
평소와 같은 그 표정으로.

천천히 팔을 올려 내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그리고.

눈을 내게 고정하며.
'마지막' 이라는 듯.





"......널 만나고 부터는 조금씩.
...이 무의미했던 삶이 즐거웠다.
그것에... 감사한다."





그가 죽고 몇날 며칠이 흘렀는지 모른다.
시간도 계산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위로도, 동정도, 질책도 그 무엇도 필요 없었다.

그저 혼자 있고 싶었기에 아무 목적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어디론가를 향했다.








대화 상대:다카스기 신스케
그에게 닿기까지 앞으로 29 %
GOOD:닿았다!

Writer : 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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