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군. 그건 아직은 무리다.
난 지금도 막부에게 쫒기고 있는 몸이니까. 무엇보다 나는 해야할 일이 아직 남아있어.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못하는 것 하나가. 그러니, 결혼해서 지금 어딘가의 한 곳에 정착할수는 없어. .......하지만. 만약, 나중에도 네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기다려라. 모든 일이 정리된다면, 전부 끝난다면 나는 여기로 돌아올테니까. 그리고 그때 너와 함께 남은 일생을 보냈으면 해. 마지막은 네 곁에서." 천천히 뻗어진 그의 손이 뺨을, 이마를, 코를, 입술을 조심스레 매만져온다. 가까워진 그의 얼굴이 유독 처연하고 구슬프다. 그런 제 모습을 잊으라는듯, 남겨두지 말라는듯, 그가 짧게 키스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기쁘다. 네가 먼저 말해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만 네게 그런 감정을 품은 게 아니라서. ......고맙다, 먼저 말해줘서. ....... 이걸로 이제 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