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잠결에 갑작스레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퍼뜩 놀라 몸을 일으키는 나와 달리 긴토키는 이미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 아직 졸린 기운을 눈에 한껏 담고 한숨을 쉬는 중이었다. 긴토키: "얼씨구. 이미 문까지 산산조각 냈나 보네." 그 태평한 반응에 물음표를 띄우며 긴토키 쪽을 돌아보았다. 새벽의 불청객은 그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인 듯 익숙한 어조로 말해왔기에 막 물어보려던 찰나, 긴토키가 심드렁한 얼굴로 툭 내뱉었다. 긴토키: "남 집 문을 부숴버리고 사과도 안하냐. 이건 조만간 귀병대로 청구할테니 이자까지 제대로 쳐야 한다, 다카스기." 긴토키의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며 조금 전 큰 소리가 났던 곳을 돌아보았다. 그의 사실이라는 듯, 현관 미닫문이 박살나 앞으로 쓰러져 있고 그 탓에 피어오른 뿌연 먼지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용케 그 먼지 속을 가벼이 빠져나온 그의 시선은 계속 이곳을── 정확히는 나를 향해 꽃혀 있었다. "......지금 뭐하고 있던 거지, 긴토키." 긴토키: "뭐? ...아차." 처음에는 무슨 생뚱맞은 소리를 하냐는 듯, 표정을 구기며 주변을 둘러보던 긴토키가 순간 나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 방에서 두 남녀가 자고 있었다- 고 하면 역시 그렇고 그런 상황으로 몰리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가 앞으로 낼 화는 예상이 가능했지만. 긴토키: "뭐...... 대뜸 검부터 휘두르기냐! 최소한 해명은 들으라고! 네 애인을 잘 데리고 있었던 친구에게 포상은 못해줄망정 칼부림이냐, 요 녀석아!" 긴토키가 기겁을 하며 어느새 검을 빼든 신스케를 피해 도망다니고 있는 장면은 예상 외였다. 말도 없이 눈이 반쯤 돌아간 듯한 그 모습이 나 역시도 상대하기는 조금 역부족이였던지라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중, 결국 궁지에 몰린 긴토키가 내 뒤로 쏙 숨어 버렸다. 긴토키: "야 저 녀석 좀 말려봐! 구경만 하지 말고!" (!?) "........" 결국 긴토키 덕에 거의 반나절만에 그와 재회할 수 있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그는 무표정에 무언가 한겹 덧씌워진 듯한 얼굴이 되어 있었기에 순간 움찔했지만, 곧 그가 천천히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가 어떤 말도 없이 내 손목을 낚아채 빠른 속도로 밖을 향해 나와버렸다. "역시 저 녀석 집부터 찾아볼 것을. .......돌아가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무언가 울컥했다. 입을 열고 그에게 어떤 말을 쏘아붙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걱정했다. .......넌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진심으로 화낸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아직도 내가 너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내게 벗어나려 하지는 마라." 어딘가 씁쓸해 보이는 얼굴로, 평소와는 다르게 기운이 조금 빠진 듯한 말투에 아까 전 긴토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는 전이나 지금이나 너무나도 서투른 남자다. 미안해. 그를 조용히 껴안으며 사과하자 일순 그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고개를 숙여 내 목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그는 한동안을 가만히 밝아오는 거리에서 그렇게 서 있었고, 그런 그의 행동에 마찬가지로 가만히 자리를 지켜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