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지구에 정박해 있던 하루사메의 배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배 위에는 카무이가 올라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놀고 있었다. 배의 근처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자, 단박에 반가운 얼굴로 뛰어내려 마중나온 그 덕에 하루사메 배로 옮겨탈 수 있었다. 카무이: "어라. 이잖아? 여긴 왠일이야? 놀러온거야? 먼저 오다니, 의외네~" (당분간 묵을래.) 카무이: "? ...., 가출이야? 어째서? 그 녀석이 잘 대해주지 않는 거야?" 그의 의아스러운 말투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털어내기라도 하듯, 속사포로 그에게 말을 쏟아냈다. 그런 내 횡설수설에 알아듣기 힘들었을텐데도 끝까지 들어주는 카무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한결 시원한 마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카무이.) 카무이: "......? 뭐가?" (내 말, 들어줬잖아. 덕분에 한결 시원해졌어.) 카무이: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걸? 해준 게 없는데 감사를 왜 하는 거야?"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표정의 카무이는 곧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되돌아갔다. 카무이: ".......역시 넌 재밌어. 그 흑발 사무라이에게는 아까울 만큼." 그가 잠시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이내 싱긋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카무이: "뭐, 이왕 이렇게 된거, 신나게 놀자!" 왠지 모르게 신이 난 듯한 그의 손에 이끌려 하루사메 배 안에 있는 '제독실' 로 직행했다. 언제나 봐도 꽤나 넓고 호화스러운 방에 적응이 되지 않아 주춤거리자 그가 웃는 소리와 동시에 다시금 내 팔이 이끌려져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부토: "단장, 이번에는 또 어디서 놀고 있던 거야. 제발 일처리는 좀 하며 다니라고. ....... 어? 아가씨는?" 마침 오랜만에 보는 아부토 씨가 한숨을 쉬며 이쪽으로 다가오다 말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란 것을 단박에 알아본 모양이다. 카무이: "있지, 가출했대. 그러니까 이제 내 거야." 아부토: "아아, 가출했구나. ...가 아니잖아 단장! 빨리 데려다 주고 와!" 카무이: "응? 왜? 내가 데려온 것도 아니고 자기 발로 직접 걸어온다면 갖고 와서 길러도 상관없다고, 아부토가 얘기했잖아?" 아부토: "그건 어디까지나 애완동물 얘기고!"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가진 죄로 절규하는 아부토씨가 불쌍해져서 카무이를 데리고 방을 나와버렸다. 그러나 끌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방 안에서 아부토씨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상사 잘못 만났다고 피로에 젖은 얼굴로 풀썩 쓰러지는 것을 봐 버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