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순히 나온 그 말에 다츠마의 표정이 밝게 펴졌다.
사카모토: "앗하하하! 자, 그럼 돌아가 보자고. 무츠, 배돌려!" 무츠: "덥수룩한 머리통 날려버리기 전에 그 입 닥쳐. 우리 배는 장사를 하기 위한 배이지, 당신의 사적 이익을 위한 배가 아니야. ...라고 이제 와 말해봤자 소용 없겠지만. 어이. 너희. 배 돌려." 그 갑작스러운 위의 명령에 함대의 선원들은 다소 우왕좌왕 하더니 이내 철저히 명령에 따라 배를 조금씩 하강시켰다. 그렇게 잠시동안 까마득했던 지상이 조금씩 가까워질 때쯤 배 선미 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엇?! 뭐, 뭐야 ? 방금 누가 갑판에 올라왔다고!" "나, 나도 봤어! 아까 어떤 작은 배에서 이쪽으로 옮겨탔다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소동이 한창 일어나고 있는 배의 갑판쪽으로 걸어가자 마침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히 웃고 있는 다츠마와, 그 앞 갑판에 기대어 낮게 담배 연기를 내뱉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무츠: "......주인 찾아 왔군." 갑작스런 그 말에 시선을 위로 올리자 슬쩍 고개를 돌리며 다른 곳으로 향하는 무츠가 보였다. 그런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보다 이내 다츠마에게 다가갔다. "...역시, 이쪽에 있었나. ─데리러 왔다 ." 눈에 밟힐 정도로 익숙한 얼굴과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내게 고저없이 말했던 그 낯익은 목소리에 절로 눈을 질끈 감았다. 벌써 찾으러 온 것일까. 어쩌면 그로서는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아직은 그의 얼굴을 보기 조금 거북했다. 이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신스케는 짧은 한숨 끝에 손을 내밀었다. "......이리와. 돌아가지." 내밀어진 그 손을 잡을지 말지 머뭇머뭇 거리자 다츠마가 슬쩍 내 어깨를 잡아 그대로 그에게 밀어낸다. 그리고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이 광경을 보던 신스케의 눈매가 불쾌감을 담으며 좁혀졌다. "......손 치워." 사카모토: "앗하하하! 여전히 끔찍히 아끼는구먼!" "쓸데없는 소리." 그가 다소 낮게 내뱉으며 단칼에 다츠마의 웃음을 잘라내었다. 그리고는 어느새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와 한순간에 내 어깨를 끌어안아 자기 옆에 세운다. 그 광경에 그저 어색하게 웃는 다츠마를 뒤로 한 채 그가 말했다. "가지." (어딜가? 여긴 지금 하늘...)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 그가 재빨리 나를 안아올리고는 그대로 배의 난간 밖으로 뛰어내렸다. → |